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은 자기들의 나라 이스라엘에 가면 반드시 찾아가는 곳이 3곳 있다고 합니다. 첫째, 예루살렘 성전의 서쪽 벽, 지금의 통곡의 벽에 가서 기도를 합니다. 성전을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면서 지금도 통곡의 벽에 기도하는 유태인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고 있답니다. 둘째, 이스라엘이 주후 70년 로마의 티투스 장군에게 최후를 맞을 때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960명의 결사대가 자결했던 마사다 요새를 찾습니다. 셋째, 야드 베쉼이라고 하는 민족기념관을 찾습니다. 이곳은 독일의 나치에 의해 약 600만명의 동족이 죽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전쟁 유물관입니다. 이 유물관 마지막에는 세계 각국의 말로 “망각은 수난으로 인도하고, 수난은 구원의 이유가 된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잊어버리면 또 고난당한다는 말입니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아팠던 역사의 현장들을 방문하면서 고난 당했던 자기 민족의 역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이스라엘 민족과 비슷하게 외세에 침략도 당하고 아픔을 많이 겪어 왔습니다만, 우리는 아픔의 역사를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젊은 세대, 특히나 이곳 미국에서 나고 자란 세대에게는 한국이란 먼 나라, 가깝게는 그저 우리 부모님이 태어나신 곳으로만 기억되곤 합니다. 그러나 정신대, 위안부, 마루타 등 일제치하에서 겪은 많은 아픔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를 자녀들에게 교육해야만 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왜 이토록 고통을 당했을까요?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나라 잃은 백성들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서러움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이민 사회에서 잘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조국이 없어진다거나 주권을 빼앗기게 된다면 또 다시 과거의 고통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2020년 3월 1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빼앗긴 주권을 찾기 위해 세계만방에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외쳤던 삼일운동 10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삼일 운동이 오래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깊이 간직하고 계승해야 할 민족정신임을 깨우칠 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애국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유례없는 아픔과 고통, 두려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확진자의 증가로 방역체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과 국민들의 불안감 호소는 먼 이곳 미국까지 들립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무슨일을 할 수 있을까요? 성경에서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조국을 위하여 무엇인가 할 일을 찾기를 원하십니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이 너무도 타락되고 불법과 무질서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을 우리도 들어서 잘 알고는 있습니다. 때로는 한국이 뭔가 정신 차릴만한 고통이 다시 한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요.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러한 하나님의 치리하시는 방편이라고도 이야기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대한민국과 한 운명공동체이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백성들이 죄 가운데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사람들은 하나님께 국가와 민족을 가슴에 안고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조국에 대한 마음이고, 하나님을 섬기는 성도들의 마음 이어야  합니다.

    성경에도 보면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많은 선지자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죄를 지음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할 운명이 있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기 민족을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세가 그랬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생명록에서 지워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백성들을 용서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예레미야도 자기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눈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기 때문에 눈물의 선지자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참 선지자들은 백성들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을 때에라도 무관심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민 생활이 과거에는 많은 고생도 서러움도 당했지만 이제는 여러분들이 모든 면에서 안정을 찾았고, 자녀들도 이 미국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고, 어쩌면 이제 조국으로 돌아가서 살 수 없을 만큼 이 땅에 잘 적응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주권도 시민권도 얻어서 대한민국과는 별 상관없는 신분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는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대한민국 백성으로 태어나고 한 민족의 혈통을 갖게 한 것은 그 땅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기독교에는 국경이 없으나 그리스도인에게는 조국이 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의 조국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고, 자기 민족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일 것입니다. 조국의 아픈 이야기들이 들릴 때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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