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하자 정부가 사실상 '전 국민 외출금지령'에 준하는 조처를 내놨다. 지난달 22일 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가장 심각한 북부 11개 지역에 대한 주민 이동제한령을 내린 데 이어 전국 각급 학교 폐쇄(이달 4일), 밀라노·베네치아를 비롯한 북부 이동제한령 확대(8일) 등 강도 높은 조처를 잇따라 도입했음에도 바이러스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9일 저녁 언론 브리핑을 통해 1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이동제한령을 이탈리아반도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이탈리아 국민 6천만명의 발이 묶인 셈이다. 행정명령의 내용을 보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외출을 제외하고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담겨 있다.

     가족과 만남, 출근과 같은 업무 또는 건강상 필요 등의 사유를 빼고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된다. 이런 사유에 해당해 꼭 이동해야 하는 주민은 자가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모든 지역의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주요 고속도로·국도 등에는 경찰이 배치돼 이동 주민의 자가진술서를 확인하고서 직권으로 이동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합당한 사유 없이 이동하다가 적발되면 최소 3개월 징역 또는 206유로(약 2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음식점과 커피숍 등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문을 연다. 통상 오후 9시 이후에 저녁 식사를 하는 현지 문화를 고려하면 사실상 저녁 외식이 금지되는 셈이다. 생필품을 사고자 거주지 인근 대형마트 등을 가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은 문을 닫는다.

     내달 3일까지는 모든 대중 집회는 물론 개인적 모임도 금지된다. 심지어 이 기간 결혼식과 장례식도 허락되지 않는다. 박물관, 미술관 등의 문화시설은 물론 영화관, 헬스클럽, 수영장, 스파 등의 다중시설은 모두 폐쇄된다.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을 비롯한 유명 관광·유적지도 마찬가지다. 또, 코로나19가 이탈리아인이 인생 최고의 낙으로 생각하는 축구도 빼앗아갔다. 정부가 내달 3일까지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 경기도 전면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3주 넘게 경기가 중단됨으로써 리그 운영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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