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 문 닫자 드러난 사각지대

     미국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일제히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있다. 이 탓에 미국서 50만명이 넘는 노숙인들이 코로나 19의 사각지대로 내몰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 시티와 시애틀 등지에선 공공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현지 노숙인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WP는 "공공도서관은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이 유지되며 손을 씻을 수 있고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며 (코로나 정보를 얻는)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면서 "이런 공공시설 사용이 제한되며 노숙인들이 질병에 더 취약한 환경으로 내몰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엔 50만명 이상의 노숙인이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의 노숙자는 약 56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노숙자는 2017년부터 3년째 증가세다.

     아직 미국에선 노숙인의 집단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노숙자들은 천식을 비롯해 폐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서던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거리에서 주로 생활하는 노숙인의 특성상, 목욕하거나 손을 씻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차·지하철역 등은 인적 이동이 많은 공간적인 특성상 위생을 담보하기 힘들다. 연구진은 또 "노숙자 쉼터에서도 사람간 거리 두기가 어렵게 가까이 몰려 있기 때문에 코로나 19 확산에 취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숙자들이 전문 기관에서 치료를 받거나, 위생시설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미국 각 지역은 노숙자 등 주거 취약자를 위한 코로나19 방역 대책 마련에 나섰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시애틀에서는 주 정부가 낡은 모텔을 사들여서 격리 시설로 활용할 방침을 세웠다. 샌프란시스코는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약 30대의 차량을 구매해 홈리스를 위한 이동식 거주공간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내 노숙자들은 8000여명으로 추산된다. LA에서는 위생적인 시설을 갖춘 공간을 노숙인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기준 LA 카운티에서는 4만4214명이 주거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노숙인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텐트에서 자는 등 야외에서 생활 중이다. 앵커리지에서는 사람 간에 약 3피트(약 91㎝)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수용 시설을 물색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19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실업자가 늘면 자연히 노숙자 문제도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