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생필품, 쌀 대량으로 구매

    중국 우한 지역에서 촉발된 코로나 19 가 무서운 속도로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콜로라도도 예외는 아니어서 3월 24일 현재까지 콜로라도 지역에서만 72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9명이 숨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제레드 폴리스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언했으며, 모든 학교와 도서관, 레크리에이션 센터, 극장 등은 4월 20일까지 잠정적으로 폐쇄됐으며, 레스토랑과 술집 등은 문을 닫았고 투고나 배달 주문만 받고 있다.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네일샵도 문을 닫았으며, 태권도 도장이나 피트니스 센터처럼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곳들도 모두 영업을 중단했다. 회사들도 직원들의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재택근무로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극심한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로서리 가게들과 리커 스토어들이 나홀로 호황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코스트코나 샘스 클럽 같은 대형 홀세일 매장들은 화장지, 페이퍼 타올, 물 등을 1인당 하나씩 제한해서 한정판매하고 있으며, 킹수퍼스나 세이프웨이, 스프라우트 같은 그로서리 매장들도 파스타, 캔 종류, 감자 등의 저장 식품, 빵, 쌀 등 오래가는 식료품 위주의 싹쓸이 사재기로 인해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텅빈 선반을 연출하고 있다. 또 마스크는 물론이고, 손 세정제, 화장지, 각종 세제, 기저귀, 생리대 같은 생필품, 타이레놀 같은 비상약품들도 선반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로서리 매장 직원들은 선반을 채워놓기가 무섭게 선반이 텅비는 기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유통기간이 길지 않은 우유, 계란, 야채, 과일 등의 신선식품들조차도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형 그로서리점 뿐만 아니라 동네의 편의점 같은 소규모 그로서리 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생필품, 식료품, 육류, 맥주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물건을 계속 쌓아두어야 할 정도다.

    오로라에서 그로서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 20년 동안 그로서리를 하면서 이렇게 바쁜 적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장사가 잘되는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리커스토어들 역시 반짝 호황이다. 술집과 레스토랑들이 일제히 문을 닫은 데다가 바깥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리커스토어를 찾아 술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덴버 지역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J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평소에는 작은 병을 사던 사람들이 큰 병을 사고, 1병을 사가던 사람이 2-3병씩 사가는 경우도 늘었다. 일부 지역 리커 스토어는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필요한 물품을 구하지 못해 몇 군데씩 매장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리틀턴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인 리사 챈들러씨는 “아이 분유가 다 떨어져 인근 매장 3군데를 돌았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일반 우유라도 먹이고 싶었지만 홀밀크나 2%, 1%까지 모두 떨어져 결국은 스킴밀크를 사서 먹이고 있다. 제발 사재기를 멈추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덴버시는 지난 23일(월) 오후 2시경 행정명령을 통해 리커스토어와 마리화나 판매소에 대해 영업금지령을 내렸지만, 업체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행정명령 발표 3시간 후인 오후 5시에 이를 정정해 다시 오픈을 결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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