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5만9,138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독일(2만4,873명) 역시 세계 5위에 해당한다. 두 나라 모두 확산세가 가파르다는 공통점도 있다. 단, 치명률을 보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선 5,476명이 숨진 반면, 독일에선 93명만 사망했을 뿐이다. 치명률은 누적 확진자 대비 사망 비율을 뜻한다. 둘 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적지 않지만 무슨 영문인지 이탈리아만 유독 더 많이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런 차이를 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감염 연령대부터 공중보건 시스템, 통계 집계 방식 등 각종 이론을 동원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압도적으로 높은 이탈리아의 치명률을 두고 그간‘세계 2위 초고령사회’라는 설명이 자주 언급됐다. 그러나 독일도 초고령사회인 것은 마찬가지다. 유엔인구국(UNP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이탈리아와 독일이 각각 22.8%, 21.4%이었다. 진짜 핵심은 주 감염자 연령대에 있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는 최근 독일 확진자의 중위 연령이 47세로 이탈리아(63세)보다 16세나 낮다고 공개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내 확진자 40%와 사망자 87%가 70세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반대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독일 초기 감염자 상당수가 이탈리아ㆍ오스트리아에서 스키 휴가를 다녀온 젊은층이었다”고 밝혔다. 두 보도를 종합하면 독일은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발병한 덕분에 치명률을 낮출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중보건 시스템도 차이를 만들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인용해 독일 내 중환자실 병상은 총 2만8,000여개로 인구 1,000명당 6개꼴인 반면, 이탈리아는 2.6개라고 설명했다. 의료 환경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결정한 또 다른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의료진 확진자 수가 벌써 2,000명을 넘어섰다. 실제 치명률과 무관하게 양국의 코로나19 검사 규모 및 통계 집계 방식에서 나온 일종의 ‘착시 효과’라는 견해도 있다. 하루 최대 1만2,000건 검사가 가능한 독일은 이탈리아와 달리 확산 초부터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도 광범위한 검사를 실시했고, 따라서 치명률도 낮게 나타난다는 게 외신의 공통된 분석이다. 독일에서 사후(死後) 코로나19 진단이 보편화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독일은 확진 판정 전 집에서 사망할 경우 통계로 잡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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