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경기는 아직도 한겨울 수준

모기지 이율이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주에 30년 고정 모기지 이율은 4.44%까지 하락하며 바닥을 쳤다. 역사적으로 낮은 모기지 이율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모기지 이율이 하락하면 동시에 부동산 매매 활동이 증가하던 과거의 패턴은 현재 재현되지 않고 있다.

불경기로 인해, 모기지 페이먼트에 대한 부담감과 홈 에퀴티의 부족, 더 엄격해진 대출 규정, 불안정한 수입, 2차 모기지 문제 등에 대한 악재가 겹치면서, 60년만에 가장 낮은 이율을 보이고 있는 모기지 대출 시장은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모기지 이율이 5%대였을 때 앞다투어 재융자를 하는 바람에 다시 재융자를 하려는 사람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대출 규정이 너무나 까다로와지는 바람에 “크레딧 점수가 800점대인 사람들조차 모기지 융자를 받는 것이 힘들 정도”가 된 것이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 추정치 통계에 따르면, 30-40%의 사람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충분한 에퀴티가 없거나, 크레딧 점수가 나쁘거나, 혹은 수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부동산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대출 규정이 까다로와져 대출받기가 힘들어지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은 아예 현금을 주고 집을 사서 렌트로 전환하고 있다. 또 재융자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됨에도 불구하고, 2차 모기지 문제가 걸리는 바람에 재융자가 깨지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1차 모기지를 재융자하게 되면 일단 1차 모기지 금액을 완전히 갚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2차 모기지가 부채 상환 순위에서 1위로 오르게 된다. 재융자를 하는 대출회사는 자사의 모기지가 재융자 후에도 1순위에 오르기를 원하기 때문에, 2차 모기지 은행에다 1차 모기지를 1순위에 올리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서보디네이션(subordination)을 요청하게 된다. 그러나 예전에는 서보디네이션을 해주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은행들도, 이제는 자신들의 대출금 회수를 고민해 이를 허용하는 것을 더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집에 1차 및 2차 모기지 대출 2개 모두를 충분히 커버할 만큼의 에퀴티가 없는 경우, 은행은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서보디네이션을 해줄 이유가 없어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택 구매자에게 세금 크레딧을 주던 프로그램이 종료된 지난 4월 이후 주택 구매를 위한 모기지 융자 신청은 거의 40% 가까이 하락했다. 집 매매가 뚝 끊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매물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부동산 구매 희망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기지 이율 하나만 믿고 선뜻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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