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해서 나올 때 사용하는 비닐 봉지가 평균 10개가 넘는다. 20개, 30개 이상을 사용하는 사람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 봉지는 일인당 연간 552개에 달한다. 캘리포니아 전체로는 연간 190억 개요, 미 전역으로는 1,000억 개가 넘는 실정이다. 이것은 원유 1,200만 배럴을 내다버리는 자원낭비에 해당한다.

자원 낭비만이 아니다. 이로 인한 환경 오염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회용 비닐 봉투 하나가 썩어서 사라지려면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 주방에서 쓰고 버리는 일회용 비닐 장갑은 무려 500년이 지나야 썩어서 없어진다. 물건 포장을 위해서 사용되는 일회용 스티로폼은 460년 동안 썩지 않는다. 한 번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는데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컵도 25-50년이 지나야 비로서 썩게 된다. 그런데도 지난 수 십 년간 일회용 비닐 봉지, 플라스틱 용기, 그리고 스티로폼이 너무 남용이 되어 왔다. 너무도 쉽게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얼마 전 캘리포니아의 상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및 종이 봉지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AB1998)이 주 하원 전체회의를 통과하였다. 얼마 후에는 주 상원을 거쳐 법제화될 것이 분명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도 이미 지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2012년 1월 1일부터 슈퍼마켓과 대형 약국, 대형 활인 매장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및 종이 봉지의 사용이 금지된다. 2013년부터는 리커스토어와 편의점으로 적용 대상 업소가 확대될 예정이다. 법규가 실시되면 업소들은 고객들에게 일회용 봉지를 무료로 제공할 수가 없게 된다. 봉지를 원하는 소비자는 봉지당 5센트의 요금을 내고 구입해서 써야 한다. 구입하는 봉지 역시 기존의 썩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만든 것만 사용될 수 있다.

이미 시 정부 차원에서 이런 법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여러 군데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지난 2007넌 부터 플라스틱 봉지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중이다. 오클랜드와 말리부도 같은 법을 시행하고 있다. 워싱턴 DC는 올해부터 플라스틱 및 일회용 봉지에 5센트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캘리포니아가 주법으로 제정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아주 큰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미 전제 사용량의 1/5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새로운 추세를 이끌어내는 선봉역할을 해오고 있다. 자동차 스모그에 대한 규정도 캘리포니아가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의 환경 보호에 대한 기대치는 얼마 후에는 미 전역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캘리포니아의 비닐 봉지 사용 금지 법제화는 환영할만한 것이다.

법이나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환경 살리기 실천 정신이다. 이번 기회에 환경에 대한 보다 철저한 인식이 필요하다. 책임감 있는 시민이라면 일회용 봉지나 그릇을 쓰고 버릴 때마다 양심에 가책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러잖아도 각종 공해와 유해 물질로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에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은 버릴 때가 되었다.

특히 한인 교회들은 대부분 주일 예배가 끝난 후에는 식사를 같이 나누는 것이 전통이 되고 있다. 많은 교인들이 한 번에 같이 식사를 하기 때문에 일회용 그릇이나 컵, 나무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주일 오후 교회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거의 일회용품을 쓰다 버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환경오염에 대한 의식이 없는 어린 자녀들은 물을 먹기 위해 일회용 컵을 몇 개씩 사용한 후에 버리곤 한다.

물론 일회용을 교회에서 사용하지 않았을 때 오는 불편함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릇을 비롯한 식사 용품을 구입하는 것은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한 예산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 그릇들은 파손되지 않는 한 반 영구적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불편함은 설거지를 하는 어려움이다. 주일에 예배 드리려고 교회에 와서 여러 시간 주방에서 설거지만 하고 돌아간다는 것은 누구도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정도의 불편은 모든 믿는 사람들이 감수해야 할 일이다.

교회 스스로가 환경 오염을 막겠다는 인식을 갖고 실천에 옮긴다면 교인들 역시 가정과 사회에서 정부의 시책을 책임감 있게 따르는 올바른 시민 상을 정립하게 될 것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지난 주일 처음으로 주일 식사 시간에 개인 머그 컵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것만 실천해도 하루 수백 개의 일회용 컵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 강요나 일률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피하기로 했다. 어떤 일이든 자발적인 결정과 행동이 기쁨과 지속성을 주기 때문이다. 첫 날 개인 컵을 사용하겠다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았다. 약 50여 분이 신청을 했다. 현재는 친교실에 100개의 개인 컵 걸이를 만들어 놓고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몇 주 후에는 더 많은 교인들이 이 작은 환경 살리기 실천에 참여할 것이다. 마켓에 장을 보러 갈 때 일회용 비닐 봉투 대신에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일에 교인들이 앞장섰으면 좋겠다. 화장실에서 너무도 당연히 종이를 빼내서 손을 씻는 대신 조금 촌스럽지만 손수건을 사용해보자. 이런 작은 실천들을 교회나 교인들이 앞장선다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좀 더 살 맛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빛과 소금의 역할은 대단한 큰 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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