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 주는 곳으로 떠난다

멕시코 출신의 불체자인 카를로스 헤르난데즈와 그의 가족은 불법 체류자를 근절하려는 애리조나의 반이민법이 통과되면서 애리조나를 떠나 시애틀 외곽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이들에게 시애틀은 애리조나가 절대로 허용하지 않던 중요한 하나를 주었다. 바로 운전면허증이다.

콜로라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들은 현재 불법체류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불체자들에게 관대한 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와싱턴, 뉴 멕시코, 유타 등 3개 주는 주민들이 합법 체류 여부를 묻지 않고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 3개 주에서는 최근 몇 달간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려는 불법 체류 이민자들이 급증했다. 헤르난데즈는, “신분증이 없이 사는 것은 정말 힘들다. 물론 멕시코 신분증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그러면 사람들이 깔본다”고 밝혔다. 또 미국 운전면허증은 일자리를 지원할 때 필수품 중 하나이다.

운전면허증 프로그램을 둘러싼 공방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지자들은 운전면허증이 없는 운전자들은 자동차 보험도 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볼 때, 불체자들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는 것이 도로 안전에 더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불법 이민자들과 범법자들에게 오히려 미국에서 더 활개를 칠 수 있는 날개를 만들어 주는 셈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들 반대자들은, “와싱턴과 뉴 멕시코가 지난 수년간 각종 허위 서류 브로커들과 인신 매매, 외국인 밀수범들의 천국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타의 경우, 불체자 운전면허증이 단순히 운전을 할 수 있는 용도로만 사용되며, 이 운전면허증으로는 비행기에 타거나 구직 활동, 심지어 술을 살 수도 없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는 상태이다.

뉴 멕시코주는 올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6개월동안 총 10,257건의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줘, 2009년 한해 전체의 13,481건보다 급증세를 보였다. 이 수는 불체자나 합법 체류 주민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유타주는 2010년 6월 7일까지 41,000개의 불법 체류자용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줬다. 이것은 2008년 한해를 통틀어 43,429건을 발급해준 것과 비교할 때 급증한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와싱턴 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6월까지 외국 태생의 주민들에게 3,200 건의 운전면허증이 발급되어 2009년 전체의 5,992건의 증가세를 크게 뛰어넘었다. 

불법 체류자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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