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덴버에 온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가 덴버에 온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감독이나, 제작자, 주연 배우에 한국 사람들이 한 두 명이 포함된 작품이 상영된 적은 있지만 전적으로 한국의 초호화 주연들과 제작진들이 투입된 영화가 덴버에 상영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영화 배급사 또한 상영될 극장을 찾기도 힘들고, 그동안 큰 도시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덴버까지 차례가 오기 힘들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며칠 전 한국 영화 전문 배급사인‘JS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덴버에 올해 최대 기대작인 <포화 속으로>라는 영화를 상영한다면서 협조를 요청했다. 반가웠다. 콜로라도까지 신경을 써 주어서 말이다. 이미 한국에서 홍보가 많이 된 작품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지난달 말부터 뉴욕, LA, 아틀란타 등 큰 도시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가 덴버에도 온다니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한국말로 들을 수 있어 좋고, 차승원, 빅뱅 TOP, 김승우, 권상우 등의 한국의 잘나가는 배우들이 모두 나온다니 볼만 할 것 같다. 

영어를 웬만큼 한다고 해도, 영화를 보러 가면 편하지가 않다. 그래도 못 알아듣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영화관에 가는 것을 잊어버린 이들도 많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가족들을 따라 몇 번 영화관에 갔었지만 이제는 아예 자신들과 상관없는 곳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겨우 영어 몇 마디를 알아듣는 수준인 어머니는 극장 갔다가 모두 웃고 있는데 혼자 웃지 못하는 비애를 느끼고 난 뒤에는 발걸음을 끊었다. 언어의 장벽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영국을 방문했을 때 극장에서‘레 미제라블’을 본 적이 있다. 영국 본토에 왔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모든 스케줄을 뒤로하고 극장을 찾았다. 매주마다 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은 늘 만석이었다. 대충 줄거리를 알고 있었던 터라 이해가 갔지만, 내용을 몰랐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 공연 내내 지루했을 것 같다.  영국식 발음은 그때만 해도 도무지 적응이 안됐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생활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단순한 작품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세계적인 작품을 봐서 좋긴 했지만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줄거리가 있으면 더욱 감동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 와서 공감대를 느껴본 영화를 본 적이 별로 없다. 단지 아이들을 따라 몇 번 영화관을 찾았고, 멋진 컴퓨터 그래픽 장면을 본 적은 더러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되는 <포화 속으로>는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 휴전일인 7월 27일을 기억하게 하는 영화, <포화 속으로, 71 into the fire>를 보면서 6.25 발발 6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전쟁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처음에는 전쟁 영화라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 사는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까 관심이 끌렸다. 대한민국 중고생 1천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상이 6.25 전쟁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다고 한다. 이는 6.25가 우리 민족에게 끼친 영향이 얼마만큼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결과이다. 더구나 미국에 사는 이민 2세들은 6.25에 대하여 더더욱 모르고 있다.

영화 주인공들이 바로 10대 학도병들이다. 이 영화를 통하여 자라나는 2세들에게 6.25가 얼마나 잔혹했고, 비극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휴전 협정문에 적힌 대로 현재 한반도는‘종전’이 아닌‘휴전’임을 일러 주었으면 한다. 기성세대의 의무이다. 역사를 알려주고, 다시 생각하고, 이를 반성하게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임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우리 2세들에게 한국전의 참상을 보여주고 아픈 역사를 돌아보면서, 비록 지금은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지만 고귀한 희생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선 한국을 자랑스러워 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제이에스 미디어’측은 이번 영화가 흥행하면, 앞으로 덴버에서도 다른 큰 도시와 마찬가지로 한국영화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그들 측에서는 이번 콜로라도 진출은 모험과 같은 행보다.  몇 년 전 가수들을 초청해 공연하면서 실패의 쓴 맛을 알고 있는 필자이기에 이 곳의 호응도에 대해서는 더욱 자신있게 얘기 해 줄 수가 없었다. 단지, 미국 본토에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제이에스 미디어 측이 이 문화의 볼모지인 콜로라도에 첫 발을 내디딘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영화에 관심을 가져서, 앞으로 콜로라도 영화관에 가면 언제든지 한국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칸느 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 영화, 116억 제작비의 2010년 상반기 최대작 <포화 속으로>는 8월27일부터 오로라몰내 <센추리 오로라 16>극장에서 개봉된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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