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신장을 기증한 아들의 사랑이 전해지면서 한인사회가 훈훈해지고 있다.

센터니얼에 거주하고 있는 이완주(63)씨는 현재 신장이 세 개이다. 지난 9월 8일 아들로부터 신장 하나를 기증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에 퇴원한 이씨는 현재 주 3회 정도 진찰을 받아야 하는데 혈압이 낮아 약간 어지러운 것을 빼고는 건강한 상태이다. “전에는 포타슘(potassium)이 높거나 낮으면 심장이 멈출 수도 있기 때문에 식사 제한이 많았는데 수술 후 좋아하는 과일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당뇨는 주사를 통해서 조절이 가능하고 정기적인 검사와 관리만 잘하면 괜찮다고 한다. 신장이식으로 인한 조직거부반응을 막기 위해서 복용해야 하는 약이 많은데 가장 비싼 약을 연구 차원으로 지원 받게 되었다.

이씨는 27세부터 37년간 당뇨로 고생했는데 2007년 5월 말부터 신장 기능이 나빠져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유소를 경영하다가 매매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혈압이 상승하면서 건강이 악화되었다.  병원에서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몇 만 달러의 비용 때문에 포기했다. 이씨는 매주 세 차례의 투석을 받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화장실을 갈 힘이 없어서 기어서 가다가 계단 난간을 겨우 붙잡아야 했고,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창문을 열고 토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투석 초기에 자녀들이 신장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이씨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작년 여름 콜로라도 대학 병원에서 보험이 있으면 16만~17만 달러 정도의 수술비용 중 본인 부담금은 1,100 달러 정도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씨의 두 딸과 아들은 아버지 몰래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테스트를 시작했다. 둘째 딸이 먼저 검사를 시작했는데 검사 결과 양쪽 신장의 크기가 달라서 포기해야 했다. 이씨의 아들 이 다니엘(27)군이 6개월 간의 정밀 검사를 거쳐서 아버지에게 신장을 기증하게 되었다.

12일에 퇴원한 이군은 현재 하루 한 알 정도의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큰 통증은 없다고 한다. 이군은 Colorado College에서 설계를 공부하면서 월마트에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 사업을 돕기 위해 학업을 미루다 보니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수술로 인해 현재 6주의 휴가를 받아 집에서 쉬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군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살면서 좋은 학군의 중학교를 보냈는데 그게 오히려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고 이군의 어머니 김경숙(56)씨는 말한다. 이군은 “두 차례의 예수전도단 제자훈련(YWAM DTS)을 통해 하나님 말씀처럼 서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많은 발표들을 통해서 예전보다 말을 잘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장기증 소식을 들은 이군의 친구들이 농담처럼 “아버지에게 차 사달라고 해라.”, 커다란 TV 사달라고 해라.”, “발톱 깎아달라고 해라.”라고 했을 때도 이군은 “TV도 있고 차도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한테 다 받으면서 자랐는데 뭘 더 바라겠느냐.”고 대답했다.

신장기증을 앞두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는 이군은 “아버지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신장을 드렸지만 그 전에 부모님이 먼저 예수님의 사랑을 나에게 보여주셨고 내가 사랑한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나를 사랑하셨다.”고 전했다. 이번 일들을 겪으면서 이씨 가정에는 감사한 것이 많다. 수술 전에 어머니 김씨는 누군가에게 “신장 하나를 떼어내면 신장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 식사도 하지 못했지만 기도하면서 평안함을 얻었다고 한다. 수술 전 한국에서 받은 약의 효과로 몸 상태가 좋았던 것이나 수술 받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도우심 느끼면서 감사하게 되었다. 지난 3년 간의 투병생활 동안, 그리고 5시간 동안 수술실 밖에서 함께 기도해 준 안디옥교회 목사 가정이나 교회 성도들도 감사의 대상이다.

이씨 가정이 특별히 감사해 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의사와 환자 관계로 만나 진료과정에서 신장기증 소식을 들은 효병원 김효 원장이 기꺼이 본인 부담의 수술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자청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라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이씨는 처음에 인터뷰 요청을 받고 망설였지만“효행은 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담임목사의 권유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다. 이씨는 “성경에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이 있다. 사람의 근본은 ‘효’라고 생각한다. 내 아들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을 보면서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 많은데 한국적인 ‘효’의 정서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황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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