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괴로워

“아빠, 빨리 나와!”  여섯 살 딸애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 있다. 화장실에 들어온 지 20분밖에 안 됐는데 저 난리다. “조금만 기다려!”  위엄 있게 말해 보지만 김진수 씨(46세)도 속이 탄다. 아랫배에 힘을 주어 보지만 좀체 나올 듯 나올 듯 변죽만 울린다. 몇 번 더 딸의 성화가 이어졌을 때 겨우겨우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지만 여전히 아랫배는 묵직하고 개운하지 않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꼭꼭 치르는 일상의 풍경이다. 아이들한테 ‘아빠는 화장실 귀신’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져 있을 정도다. ‘누군 그러고 싶어 그러니?’ 항의도 해보지만 개운하고 상쾌하게 아침 볼일을 잘 보는 것! 그것은 김진수 씨가 지난 10여 년 전부터 꾸어온 꿈이다. 비단 김진수 씨뿐일까?  아침 거사를 가뿐하게 치르지 못해 고민인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럴 경우 단순히 ‘잘 싸고’를 못하는 증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게 차병원 대체의학·난치병센터 전세일 교수의 주장이다. 만약 당신도 그렇다면 내 몸속의 대장, 그 속에 숨어 있는 건강비밀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장’하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는 별로다. 지저분하고 불결하다는 느낌도 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장은 ‘배설물 저장고’이기 때문이다. 배설물을 담는 그릇이요, 배설물을 내보내는 기관쯤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전부로 여겨서는 안 된다. 내 몸의 건강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내 몸의 면역력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 권위의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 박사는 “우리 몸의 면역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기관은 흉선과 골수, 그리고 장에서 생성되는 임파구”라고 밝히고 “그 중에서 장은 임파구를 만들어내는 거점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60%가량의 임파구가 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몸의 면역력을 쑥쑥 높여서 건강하게 살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건강의 3대 비밀로 전해 내려오는 ‘잘 싸고’를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잘 싸고’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런 탓에 약국에 넘쳐나는 것이 변비약이다. 화장실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세일 교수는 “잘 싸고를 잘하고 못하고는 대장의 건강상태를 나타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밝히고 “이러한 대장의 건강 상태는 대장 속에 살고 있는 수백 종의 세균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다. 세균이라는 말에 펄쩍 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장에 사는 세균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전세일 교수는 “대장 안에 득실거리는 세균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첨병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름도 공생세균이다. 우리 몸과 상부상조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들 세균에 의해 우리 몸은 건강할 수 있고, 대장의 기능 또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생세균은 대장 건강의 호위병으로 불린다.

 
대장 건강의 호위병 공생세균이 뭐길래?

이쯤 되면 장 건강의 핵심은 공생세균이 쥐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따라서 대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비결 또한 공생세균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방법이 궁금하다면 가장 먼저 공생세균이 싫어하는 것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세일 교수가 소개하는 공생세균이 싫어하는 대표 3인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항생제

공생세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항생제다. 항생제는 나쁜 균도 죽이지만 좋은 세균도 죽이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생제를 먹으면 하루나 이틀 정도 설사를 하게 된다. 장의 기능이 불규칙해지거나 교란이 일어나면서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함부로 항생제를 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먹을 때는 꼭 복용법을 지켜야 한다.

● 섬유질 없는 식사

소화가 되지 않아 쓸모 없는 식품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섬유질은 공생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중요한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섬유질이 없는 식사를 하면 공생세균의 활동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 변비, 설사는 공생세균의 적! 

장의 연동운동이 느려져서 생기는 것이 변비다. 그렇게 되면 장내에 노폐물이 쌓이게 되면서 공생세균의 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그 대신 나쁜 균이 득세하면서 대장 안의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이것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 설사도 공생세균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주범이다. 설사는 장의 운동이 지나치게 빨라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몸에 좋은 공생세균도 함께 씻겨져 내려가면서 우리 몸의 보호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전세일 교수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나 탄산음료, 술, 스트레스 등도 공생세균에게는 치명적인 적”이라고 밝히고 “평소 생활할 때 공생세균의 입장도 배려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대장 기능을 튼튼히 하는 비결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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