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자신의 인생을 6단계의 계절로 나누어 이렇게 노래했다. “내 인생의 제1계절은 기쁨의 계절입니다. 그때 세상은 나의 탄생으로 새로운 기쁨을 얻었고 나는 많은 분들의 사랑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기만 했습니다. 그 기쁨의 계절을 나는 좋아 합니다. 내 인생의 제2계절은 희망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날마다 배우고 마음껏 뛰어 놀았습니다. 그 희망의 계절을 나는 좋아 합니다. 내 인생의 제3계절은 열정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의 미래는 한없이 밝았고 내 마음은 참으로 높았고 넓었고 순수 했습니다. 그 푸르른 열정의 계절을 나는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제4계절은 사랑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는 우정과 사랑을 알았고 이별과 눈물의 의미도 알았습니다. 나를 놀랍게 성숙시킨 그 사랑의 계절을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제5계절은 성실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는 가정과 이웃과 직장과 사회를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았습니다. 그 빛나는 성실의 계절을 나는 좋아합니다. 내 인생의 제6계절은 고독의 계절입니다. 그때 나는 침묵 속에서 사랑과 진실과 영원에 대한 생각의 기쁨을 쌓아 갈 것입니다.”

이 무명의 글쓴이가 말하는 인생의 제6계절을 자연 사계로 말하면 ‘가을’에 해당할거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다. 시인 릴케는 이 가을의 고독을 이렇게 노래했다. “나뭇잎이 떨어지네.....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지고 있네......무거운 대지가 무수한 별들부터 정적 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네.” 또한 그는 사색적인 가을의 중후함을 이렇게 노래한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이처럼 가을에는 모두가 시인이 된다. 한 없이 고독해 지고 쓸쓸하고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가을은 그리움에 사무치게 한다. 그래서 추억을 노래한다. 그리고 가을은 사색하게 한다. 번잡함과 분주함에 파묻혀 듣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 교만하고 거만하게 살아 온 인생을 향해 “너희 인생은 떨어지는 낙엽 같고 시드는 꽃과 같다.”고 호령하시는 천둥소리 같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한다. 사람은 때때로 처절하리만큼 고독하고 외로워져야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로부터의 탈출(Exodus)을 감행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위대하게 쓰셨던 사람들을 지독한 고독을 경험하게 하셨다. 모세를 40년이나 광야로 내 모셨고, 다윗을 삭풍이 부는 광야에 서게 하셨다. 그들은 그 한없이 고독하고 외로운 광야에서 새롭게 다가오시는 하나님을 만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맥스 루케이도는 그의 책 '짐을 버리고 길을 묻다'에서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나는 외로움이 우리를 주님께 주목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친구한테 자동차를 빌린다고 생각해봅시다. 나중에 보니 라디오는 고장이 났고 CD 플레이어만 작동이 됩니다. 당연히 친구가 모아둔 CD를 하나하나 뒤적거리면서 들을 만한 노래(그냥 트로트라고 해둡시다)가 있는지 찾아볼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친구는 자기 취향(클래식 음악이라고 해두죠)의 CD만 잔뜩 꽂아놓았습니다. 갈 길은 멀고, 혼잣말을 하는 것도 한두 시간이지, 금방 지쳐버렸습니다. 결국 견디다 못해 CD에 손을 댑니다. 좋아하기로 치자면 스틸 기타 쪽이지만 높이 뽑아 올리는 테너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우선은 그저 들어줄 만한 수준입니다. 적어도 쥐 죽은 듯 조용한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한참 듣노라니 점점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팀파니가 쏟아내는 리듬에 맞춰 심장이 뛰고 첼로 소리를 따라 고개를 흔듭니다. 얼마 뒤에는 이탈리아어로 된 아리아 소품을 따라 흥얼거리기까지 합니다. ‘어라, 이것도 괜찮은데!’ 이제 한 가지 묻겠습니다. 클래식 음악도 듣기 좋다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그걸 알게 됐습니까? 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된 까닭이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달리 들을 음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침묵이 견디기 힘들 만큼 무거워진 순간, 평생 들어본 일이 없었던 노래를 틀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그분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하시는지 아십니까?”

가을이다. 이 가을에 더 고독해져야 하겠다. 하나님이 그렇게도 들려주시고 싶어 하는 천상의 음악을 듣기 위해 더 고독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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