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국에 이민와서 참 열심히 사신 분이 있습니다. 그 탓인지 많은 것을 가지고 많이 누리고 살게 되었는데 어느날 속이 좀 메스꺼워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위암 말기라 손댈 수도 없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세상은 참 허무합니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누려봐도 잠시 일뿐,  그래서 일찍이 세상의 모든 권력과 부귀와 영화를 누려보았던 [솔로몬]은 이렇게 토로했지요.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1:2)

<이솝이야기>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파리 한 마리가 웽-하고 날아가다 보니 꿀이 흘려져 있었습니다. ‘웬 꿀? 그러나 깊은데로는 가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꿀 끝에 내려앉아 조금씩 핥아먹던 파리는,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조금씩 조금씩 깊은데로 들어가다가 그만 오른발이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이쿠’하면서 오른발을 빼려고 왼발에 힘을 주는 순간 그만 왼발도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이구 큰일났다’ 하면서 날개를 퍼덕이는 순간 그만 날개마져 꿀에 딱 붙어버리고 말아 꼼짝못하게 되었습니다. ‘파리 살려, 파리 살려’ 소리치는 머리위로 불나방 한 마리가 근사하게 날아가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바보같으니, 꿀속에 들어가면 죽을줄 몰랐냐?’ 파리가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간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중, 이 불나방이 할로겐 등 안으로 들어갑니다. 조금 있으니까 갑자기 이런 소리가 들렸어요. ‘아이고 나방 살려, 뜨거워 죽겠네, 뜨거워 죽겠네..’ 그 비명소리 위로 까만 연기가 피식 피식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파리는 이런 말을 하면서 눈을 감았다고 그래요. ‘바보 같으니, 불속에 들어가면 타 죽을줄 몰랐냐..?’

달력을 보니 어느듯 지나온 한 해가 묵은 세월로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무슨 일을 하면서 또 한 해를 소모해 버렸는지 세삼스레 물어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남은 세월의 잔고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법정스님]은 남긴 유작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합니다. ‘인생은 누구나 한 인간으로서 가정적인 의무나 사회적인 역할을 할 만큼 했으면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 남은 세월을 활용할줄 알아야 한다, 어차피 인간사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홀로 남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올 때도 홀로 왔듯이 언젠가는 혼자서 먼 길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엄연한 삶의 길이고 덧없는 인생사이다..’라고.

한 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던 실존주의 철학자, <자유>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수필을 써서 현대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인물, [싸르트르]는 1980년 4월16일 프랑스의 파리에 있는 부르세라고 하는 병원에서 폐암으로 죽어가면서 병원에서 문자 그대로 발악을 했다고 합니다. ‘죽기싫다고..’ 그가 죽은 다음에 한 신문은 이런 기사를 냈습니다. ‘싸르트르가 왜 그렇게 죽어야 했을까? 죽음으로부터 자유를 그렇게도 외쳤던 그가 왜 그렇게 죽기 싫다고 몸부림치며 죽어갔는가? 그것은 그가 돌아갈 고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싸르트르]와 함께 현대의 지식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독일의 신학자 [본 훼퍼]라는 사람인데 그는 세계 제2차 대전 중에 나치에게 항거하다가 사형언도를 받고 수용소에 갇혀 있었습니다. 어느날 한 간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직감적으로 자신의 마지막 순간이 온것을 안 [본 훼퍼]는 수용소안에 있는 동지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했다고 하지요. ‘동지 여러분! 이제 나에게는 마지막 순간이 왔소, 그러나 기억하시오, 이것은 마지막이 아니고 시작입니다. 주께서 나를 위해 예비하신 아버지 집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여러분, 안녕히 계시오’ 그러면서 감방을 나서는 그에게서는 놀라운 평안과 기쁨이 넘쳐나와 수용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 [싸르트르]와 [본 훼퍼]의 차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싸르트르]는 죽은 후 돌아갈 고향이 없었고, [본 훼퍼]는 돌아갈 고향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생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 세상도, 그 정욕도 다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이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요일2:17) 여기 지나간다(Pass away)라는 말은 ‘다 헛되다’ 그런 뜻이지요. 그림자처럼 잠시 있다 사라지는 것! 그것이 세상과 우리 인간의 정욕입니다. 그래서 그렇게도 말씀합니다. ‘인생들아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지나가는 안개니라..’(약1:10) 독자여러분! 아침 안개처럼 잠시 포물선을 그리다 사라지고 마는 것! 이것이 우리 인생의 결과입니다. 이대로 끝나야 할까요? 이렇게 허무로 마쳐야 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여기 허무로 끝나지 않는 길이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이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영원히 거하는 길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길입니다. 예수님이 친히 이렇게 말씀합니다. ‘나를 믿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  한해의 끝이 다가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삶의 끝점도 잠시 후 올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묻습니다. 돌아갈 고향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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