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명한 여류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자신의 편견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남자 주인공인 다아시는 활발하고 매력 넘치는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게 되지만 두 사람 사이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여주인공 엘리자베스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다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보이지 않는 벽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엘리자베스는 한 사건을 통해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었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면서 해피 엔딩을 맞는다. 이 소설은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가 어떠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간 관계에서 생기는 수많은 오해와 갈등, 다툼은 바로 편견에서 비롯된다. 한 번 주입된 편견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가진 이기심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국제적인 망신으로까지 확대될 때가 많다.  

비뚤어진 편견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던 하나의 사건을 우린 기억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당시 때였다. 아직까지 로비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이 로비의혹을 만든 사람들은 바로 한국사람들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동아시아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업적, 특히 북한과의 화해 노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개인의 영예에 앞서 국가적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당시 노벨 위원회 군나르베르게 위원장은 공식석상에서 ‘이상한 한국’이라는 발언을 했었다. 보편적으로 로비 시도는 자국 후보의 수상을 위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런 보편의 법칙에 한국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노벨상 로비에 대해 끈질기게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로비가 분명 있었다. 그런데 이 로비는 노벨상 수상을 위한 로비가 아니라 노벨상을 주지 말라는 ‘이상한’ 로비였다.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을 반대하는 편지 수 천 통이 전달됐는데 이는 노벨 위원회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 말이다.  노벨 위원회는 자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편견, 지역감정 때문에 노벨상 수상 자체를 불공정하고 부당한 수상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에 또다시 노벨상을 수여하는 것은 노벨상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판단해 한국에서는 앞으로 노벨상 수여자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내의 분열된 모습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국제적 망신이었다.

얼마전 한국에서 학력 위조설로 시끄러웠던 가수 타블로 사건도 그 한 예다. 타블로를 공격한 네티즌들의 태도는 참으로 집요했고 비정상적이었다. 이들은 모든 객관적 증거가 제시되었음에도 믿지 않는 극단적 편견과 아집을 드러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일반 대중들도 이런 주장에 쉽사리 동조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얼마나 간단하게 넘어가는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케이스이다. 이렇게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이 심하게 불거지면서 스탠포드 대학교 측에서 발벗고 나섰다. 학교측은 “우리 학교 졸업생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언제든지 학력을 증명해 줄 수 있다” 면서 공식적인 입장을 표했고, 학교 학보사에서도 타블로의 졸업을 증명하는 사진과 기사를 게재했을 정도다. 이 중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바로 스탠포드 대학교 측의 입장이다. 학력 증명을 요구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토록 심한 경우는 드물다고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타블로의 학력을 의심하면서 집요하게 인터넷 카페를 운영한 사람은 50세가 훌쩍 넘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밝혀졌다. 이 사람, 그리고 이 사람에 동조한 한국의 네티즌들 때문에 한국이 들썩거렸고, 타블로와 그 가족의 생활은 엉망이 되었고, 미국 명문대에까지 한국인의 편견에 대한 위상을 떨치게 되었다. 그 대가로 한국 경찰은 김씨에게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미국에 거주하는 탓에 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의뢰,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국제공조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학력 위조를 주장한 이 사람에게 영장이 발부된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아 낯 부끄러운 뉴스를 들었다. 의심할 땐 언제고 수능 날 브레인 바꾸고 싶은 연예인 1위에 타블로가 등극됐다니 그야말로 우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스마트한 인재를 바보로 만들어버린 이들의 편견과 아집을 어떻게, 제대로 벌할 수 있을까.

이 곳에서도 편견에서 나오는 오만이 종종 목격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해 비방하는가 하면, 비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비밀에 살을 붙여 헛소문을 만들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면서 마치 가까운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처럼 함부로 말하고, 간단히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주정부에 악착같이 고발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문제는 이런 상황들이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상대를 맹목적으로 미워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편견이 범람하는 사회를 뒤돌아보며, 끊임없이 편견을 부추기는 사람이 각자가 아닌지를 짚어봐야 할 때이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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