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탓에 2010년이 보름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는 아직까지 연말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매년 주간 포커스에서는 이맘때쯤이면 한해 동안의 콜로라도 주요뉴스들을 정리해 발표한다. 이번에도 한인사회에서 일어난 주요뉴스를 정리했는데, 역시 덴버는 조용한 동네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모두 알다시피 박해춘씨 살해 사건 외에는 눈에 띄는 뉴스가 별로 없었다. 좋게 생각하면 조용하고 살기 좋은 동네라는 생각도 가지게 한다. 그런데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확실하게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한인 대표 단체들의 활동이 저조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모습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니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기에 식상하지만 말을 꺼내본다. 당연히 해야 하는 총회를 본지도 오래됐다. 또, 선거관리 위원회도 회장 되고 싶은 사람의 주변인으로 마음대로 구성되었고, 건설적인 이사회는 간데 없고 누구를 괴롭혀야 하는 건수가 생기면 한 두 번 모여 야합해 온 행태를 우리는 늘 보아왔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다 보니 덴버에 두 개의 한인회가 있지만 하나도 없는 듯 느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작 동포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못했다는 얘기다.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지진 재해민 돕기 위한 모금 운동도, 천안함 사태 발발에 대한 한인사회의 입장 표명도, 영사관 설치에 앞장서고자 하는 움직임에는 민감하면서 정작 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는 자세도,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에도 관심 없는 모습도 이제 버릇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열정이 있었던 초심(初心)을 잃은 것이다.

   연말은 반성의 시간이라고 한다. 매번 회장 확정 공고와 함께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서 밝힌 동포사회를 위한 일명 '공약'들이 얼마만큼 진행되었는지도 점검해봐야 할 때이다. 내년에 있을 한인회장 선거에서 동포가 원하는 후보가 나오기 위해서는 기존의 한인회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부터는 투명하지 않는 선거관리 위원회의 구성을 조장하는 이들 또한 동포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공공의 적으로 간주해야 한다. 끼리끼리 치르는 담합 선거의 모습이 아니라 공정한 선관위를 구성해 떳떳한 콜로라도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동포 사회가 인정하는 회장으로서, 교민들의 지지를 받는 한인사회의 대표로서 역할을 자신 있게 수행해 나갈 수 있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든 생각인데, 회장 후보에게 동포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없다면, 동포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줄 따뜻한 마음도 없다면, 차라리 부유한 후보가 한번쯤은 동포사회를 이끄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하든지, 아니면 아예 하지를 말든지, 후원까지 받아가면서 동포사회에 부담을 안겨주는 일회용 파티가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뚜렷한 명분을 찾기 힘든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한인회뿐이겠는가.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상공인회와 체육회는 말 꺼내기가 민망하다. 그들은 존재를 절실히 원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활동은 전무한 상태였다. 힘든 경제 상황 속에서 가장 큰 역할이 해야 했던 단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임무를 외면했다. 상공인회라는 단어는 한 해 동안 들어본 적이 없고, 만장일치로 선출되었던 새 체육회장은 어처구니 없게도 그를 회장으로 세웠던 당사자들의 변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지 회장으로 몇 달을 보내다 결국 개혁에 실패했다. 그리고 체육회는 변함없이 답보상태로 남게 됐다. 이 또한 열의로 가득 찼던 초심(初心)을 잃은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체의 발전에도 동참하지 않는 인사들은 이미 단체의 대표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제 우리가 바뀌어야 할 차례다. 내년에는 체육 동호회에서라도 나서서 한인사회 단합을 도모하는 '운동회'를 개최했으면 좋겠다. 단 하루라도 서로를 응원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협회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전국체전에 못 나간다는 협박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전미 체전에 출전했던 콜로라도 팀들은 나름대로 길을 찾아 출전했었다. 그 꿋꿋한 기세가 한인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우리도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포커스는 문화행사, 기획시리즈 게재, 보도방향 변화, 업소록 제작 등에 관한 올 초 목표를 70%정도 달성했다고 본다. 나머지 30%는 기사보도에 주저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생긴 부족함이다. 좁은 동네이다 보니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변명일 것이다. 며칠 전 가동빌딩 외벽에 주간 포커스 간판을 올렸다. 간판을 올리면서 필자는 기사 좋았다. 업소록이 잘 나왔다라는 칭찬을 들었을 때보다도 더욱 흥분했고,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졌다. 내년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신문,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협조하는 신문, 정직하지 못한 업체에는 당당한 신문으로 그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더불어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이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경쟁력'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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