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가 두 개이든 세 개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차피 한인사회의 대표 기관이라는 의미를 잃은 지 오래인데 말이다. 덴버 광역 한인회가 처음 출범했을 때 기대가 컸다. 콜로라도주 한인회가 지금까지 제대로 한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발목만 잡았던 이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한인회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뭔가를 보여줄 기세였다. 하지만 결과는 콜로라도주 한인회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올해 콜로라도의 두 한인회는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통합의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때 통합에 대해 말이 오갔을 때가 있었다. 하나로 만드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명칭’이었다. 콜로라도주 한인회는 ‘콜로라도주 한인회’의 명칭에 정통성을 주장했고, 덴버 광역 한인회는 공정하게 다른 이름을 사용하자고 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얘기는 실현되지 않는‘잡담’으로 남았다. 

그래도 만약 통합이 추진된다면 ‘콜로라도주 한인회’의 명칭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지금까지 한인회의 이미지를 망쳐온 관계자들만 바뀌면 되는 것이지, 굳이 한인사회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명칭까지 버린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문제는 절대 변하지 않는 관계자들이다.  

‘한인회’를 마치 하늘에서 자기들에게 내려준 신의 선물인양 착각하고, 집착하는 모습이 여전하다.
2년전 즈음인가, 콜로라도주 전 한인회장 이씨는 한인회관 매각과 관련있는 김씨, 이씨, 오씨 세 명의 전직 한인회장으로부터 자신들을 욕했다면서‘사과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것은 그 세 명 중 한 명이 서남부한인회 연합회장 취임식장에서 이씨가 친분있는 사람과 사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듣고 발끈해서 보낸 서류다. 개인적인 대화를 따지기 위해 이러한 내용 증명을 보낸 것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이것의 내용을 보면 현 한인회의‘과거에서 벗어나겠다’라고 했던 다짐이 겉치레에 불과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타주에서 온 손님들이 가득했던 이 회의장에서 콜로라도주 한인회의 관계자들이 난동을 피워 유감스럽다고 쓴 데스크 칼럼이 나간 뒤 필자 또한 한 통의 내용 증명을 받았다. 이것은 그 삼인방이 보낸 것이 아니라 현 한인회에서 보낸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요구사항의 내용이 이씨의 것과 같았다. 때문에 이는 현 한인회와 위의 삼인방이 함께 머리를 짜낸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현 한인회장은 취임하면서, 위의 삼인방과의 관계설을 적극 부인하면서 새로운 한인회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내용증명들로 인해 얼마나 끈끈하게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지를 스스로 밝혀준 셈이 됐다.

하기야 현 콜로라도주 한인회장은 이들과의 관계를 끊을 수가 없다. 모두 알다시피 한인사회의 가장 큰 재산이었던 한인회관의 매각사건에도 위의 삼인방과 현 한인회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 한인회장은 당시 한인회관을 팔겠다는 법정싸움에서 한인회측의 법정 통역을 맡았다. 결국‘한인회관을 팔아서 지분을 나눠가져라’는 법정의 판결에 따라 한인회관을 팔았고, 그 수익금 중 일부에서 자신의 법정 통역비를 받았다. 물론 일한 대가이기 때문에 마땅히 받아야 하는 돈이다. 그러나 회관을 팔아서 받은 13만 달러나 되는 금액이 한인 사회에 한 푼도 환원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매각 관련자들 중 한 명이 현 한인회를 이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명쾌하지 않았다. 이것은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판과 같은‘한인회장의 지명제’를 실천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 차기 대권 자리에 자기편을 앉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한인회 관련자들은 한인회관을 매각하면서‘변호사비와 통역비 등으로 모두 사용해 환원할 돈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역비, 변호사비를 똑같이 지불한 노인회는 다시 노인회관을 마련했고 지금까지도 잘 운영해오고 있다.

콜로라도주 한인회가 지난 임기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가에 대한 물음에, 한인회의 측근은 임기 동안 노인들의 통·번역 일을 많이 도와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의 직업이었고, 오히려 한인회장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덕을 많이 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다시 동포사회를 화나게 하는 것은 이들의 ‘작당(作黨)’이 시작될 것 같아서다. 차기 회장 후보를 직접 찾아 나선 것도‘한인회장 지명제’를 되풀이하겠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물밑작업이 오가는 후보가 그 동안 여러 단체들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장본인이라면 더욱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인회장 지명제 행태에 가담하려는 것 자체가 ‘계속 한인회의 일에 간섭하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자기들만이 한인회를 만들 수 있다는 오만, 자기들이 한인회장을 골라야 한다는 집착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그 오만은 한인회관을 날렸고, 그 집착은 한인사회로부터 신임을 잃었다. 동포사회 재산을 지키는데 관심 없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쓸데없는 변호사 편지나 보낼 궁리를 하고, 이것이 무슨 권력인양 착각하고, 이것을 계속하기 위해 존재하는 한인회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혹은 세 개가 되어도 무슨 상관이겠는가. 다시 한번 한인회의 부활을 위해서는 현 한인회와 그 주변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과 집착부터 버려야 한다. 당신이어서 이것밖에 안 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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