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제대로 한 건을 해냈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에 이어 전국을 휩쓴 구제역 사태까지 전국민이 국가를 불신하고 있던 즈음, 가슴이 뻥 뚫리는 승전보가 온 국민에게 전해졌다. 
청해부대 소속 해군 특수전여단 (UDT/SEAL) 대원들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의 선원 전원을 구출했다. 선장이 배에 총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원들은 무사하고 우리 장병의 피해도 없다.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 이번 작전은 성공이다. 청해 부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해왔으나 납치된 선박에 진입해 작전을 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선원과 우리 장병들이 무사하다니, 청해 부대의 전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대통령에게 비난의 칼을 항상 품고 있던 야당도 이번에는 앞다투어 대통령을 치하하고 나섰으니 정부와 군이 얼마나 큰 업적을 이룩했는지 알 만하다. 

   그러면서‘UDT의 전설’을 떠올렸다. 이번 작전을 성공시킨 대원들은 바로 천안함 수색작전 때 마지막까지 솔선수범하다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후배들이다. 우리 국민은 작년 4월 3일 영결식 때 떠나는 한 준위의 관을 막고 전·현 UDT 대원들이 눈물을 뿌리며, 목청 놓아 UDT가를 부르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생명을 포기해야 할 때에도 주저하지 않는 그들의 애틋한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했었다. 그들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들의 용기는 전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평소 실전과 같은 고된 훈련을 얼마나 많이 해왔을지 알 것 같다. 이역만리 떨어진 중동해역에서 세계적 수준의 구축함과 특수부대가 공중과 해상에서 동시에 해적을 진압하는데 성공한 이번 작전은 영국 SAS, 미국 델타포스에 비해서도 부족함이 없는 작전이었다. 갈수록 몸값이 올라가고 선원 억류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배경을 보아도 이번 진압작전은 시기 적절했다. 세계 각국 또한 갈수록 납치·테러가 빈발하자 진압에 힘을 쏟고 있다.

   인질 구출작전의 정수는 이스라엘 군이 보여줬다. 1976년 이스라엘을 떠난 여객기가 아랍 테러범들에 납치돼 우간다 엔테베 공항으로 끌려가자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C-130 군 수송기를 타고 4000㎞를 중간급유 없이 날아가 우간다군을 제압하고 105명의 인질을 구출해냈다. 1980년 런던의 이란 대사관 인질사건 때이다. 영국 SAS 대원들은 대사관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가 테러리스트 5명을 사살했다. 2009년 미 해군 특수부대 저격병들은 납치범 3명에게 딱 3발을 쏘아 상황을 종료시켰다. 프랑스는 선박이 납치됐을 때마다 군사 작전으로 해적을 소탕하고 인질을 구했기 때문에 소말리아 해적들은 더 이상 프랑스 선박은 건드리지 않는다. 한국도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선박 피랍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길러야 한다. 북한은 공기부양정, 고속상륙정, 저고도 경비행기 등으로 침투할 수 있는 특수부대를 20만 명이나 길러놓고 있다. 우리는 UDT/SEAL, 육군특전사, 해병특수수색대, 공군항공구조대 등을 합쳐야 2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정부는 우리의 특수부대가 미국 네이비실과 델타포스, 영국 SAS, 러시아의 스페츠나츠에 뒤지지 않는 최정예 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길 바란다. 

   이제는 재발방지가 관건이다. 한국은 세계 6대 해운국으로 소말리아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해적의 위협에 노출될 기회가 그만큼 많기 때문에 대응책이 절실하다. 마침 지난해 말 52개국이 참여하는 유엔 산하 소말리아 해적 퇴치 연락그룹의 의장에 우리 외교관이 선출됐다. 이를 토대로 해적자금 네트워크를 봉쇄하고, 정보교류와 연합작전 등 국제공조 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해운사들 또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적들한테 납치당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해적 습격 때 대피할 격리시설을 갖추거나 자체 보안요원을 태우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소말리아 경제와 주민생활을 안정시키고 정부 책임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 차원의 협력도 긴요하다.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이번 작전의 성공은 대통령의 결단, 군의 치밀한 작전, 현장 대원들의 용기가 이끈 결과이다. 여기서 이 대통령은 승리의 요인으로 한 가지를 더 꼽았다. 바로‘비보도 요청’인‘엠바고’를 받아들인 언론이다. 그는 작전이 종료될 때까지‘엠바고’를 받아들인 언론사에 각별한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나날이 영리해지는 해적들이 한국 보도를 실시간으로 탐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만약 언론이 이번 작전의 가능성을 보도했다면 구출 작전에 어떤 차질이 빚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언론사의 종사자로서 이기심을 버리고, 국민과 국가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을 선택한 언론사의 모습은 배울만했다.

   그런데, 오늘 오후부터 작전의 숨은 공신인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심한 내장 파열로 한국으로 이송조차 힘든 상태라고 하니 걱정이다. 하루빨리 석 선장이 쾌차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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