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재외국민 주권행사 비현실적

 

재외공관에만 투표소 설치
현실적으로 어려움 많아

  재외 국민들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지면서, 교포 사회도 함께 술렁이고 있다. 40년 만에 주어지는 재외 국민 참정권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일단 투표소는 재외공관에만 설치된다. 따라서 콜로라도의 경우, 관할 영사관이 있는 샌프란시스코까지 가야지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의 경우 콜로라도를 비롯해 와이오밍, 유타 등 13개 주를 관장하고 있다. 하지만 투표소는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만 설치되기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면서 비행기를 타고 투표장에 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투표를 하려면 투표일 이전에 반드시 직접 영사관까지 가서 유권자 등록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등록하기 위해 한 번, 투표하기 위해 한 번, 이렇게 두 번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까지 가야지만 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샌프란시스코의 조홍주 영사는 “순회 투표나 우편 투표는 부정 투표 등의 우려도 있고 법적으로 가능한지도 검토가 되어야 한다. 현재 등록이나 투표를 우편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는 본국에다 건의를 해 둔 상태인데, 무엇보다도 이런 대안 투표가 가능 하려면 국회에서 먼저 법으로 통과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이 문제가 선거일 이전에 법령으로 개정되어 집행이 될 지 여부는 본국에 달렸으며, 우리 입장에서는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주 동포들은 “투표권 행사가 이처럼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투표율이 저조하면 망신살”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재외 국민에 대해 투표권을 보장해주는 나라는 일본과 프랑스 정도로 전세계적으로도 얼마 되지 않는다. 이들 나라의 재외 국민 투표율 역시 5%를 밑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재외 국민의 투표권 행사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재외교민들 역시 이번 2012년 재외국민 투표율이 5~10% 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재외국민 투표에 대해 고깝지 않은 시선도 있다. 미국에 살면서 투표를 할 만큼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생업에 종사하는 와중에 출마 후보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조사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법률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미국 영주권자는 한국에서 국방, 납세 의무를 지지 않는다”면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참정권 등 권리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영주권자에 대한 참정권 부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영주권자가 미국에서 불법행위를 하면 본국으로 추방된다”면서 “영주권자는 빨리 시민권을 획득해서 미국 정치에 참여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참정권 논란 속에서도 미주 교포사회에는 정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2년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선거, 2012년 12월19일 제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시카고와 캘리포니아 교민 사회에서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표 등 예비 대권 주자들을 지원하는 후원회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또 민주당이 지원하는 세계한인민주회의 산하 각 지역 지부가 전국적으로 생겨나고 있고, 한나라당도 유사한 조직을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한국의 정당과 미주 지역의 각종 한인 단체가 얽혀 교포 사회에는 벌써부터 분열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일반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연방 하원 의원에 당선돼 3선을 기록한 김창준 전 의원은 참정권 행사를 계기로 교포사회가 분열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 사회에서도 보수와 진보 세력이 있고,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로 나뉘어 있다. 선거 과정에서 지지 정당이나 세력이 갈리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면서 “미주 교포사회에는 보수적인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선거가 실시되면 한나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덴버에서 E-2 비자 신분으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콜로라도에 사는 한인들이 선거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영사관이 이 곳에도 설치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한국에서 법 개정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 우편투표도 가능해 졌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재외국민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은 선거일을 기준으로 19세 이상으로, 한국 국적이 유효한 재외국민이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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