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콜로라도 한인사회는 여느 때보다 강한 통일 바람이 풀었다. 무엇보다도 이 포럼에 참석한 패널리스트들의 구성은 그 동안 한인사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보지 못한, 전무후무한 캐스팅이어서 한국 정부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이기택 수석 부의장까지 친히 참석했다. 이번 패널리스트는 이정관 총영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 주류사회에서 동북아 정세를 연구하는 대북 전문가들이었다.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이 우리보다 더 많이 북한의 정세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남북한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북한의 현실을 분석하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머리 모아 찾는 모습에 감사했다.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된 사실은 북한의 독재 체재를 무너뜨리고 통일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최근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이양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북한 체재가 와해 될 수 있는 분위기로 조성된 것이 아니냐 라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린다.

   한국의1970년 11월,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열악한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분신 자살한 전태일 사건이 있었다. 유신독재 아래 인간이기를 희망했던 젊은 청년 전태일 씨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분신자살을 했다. 이 사건은 오늘날 한국 사회 민주화 열기에 도화선이 되었다.  중동국가의 민주화 혁명은 강력한 독재정권을 해온 튀니지에서 시작됐다. 벤 알리 대통령 일가의 무단정치와 부정부패는 하늘을 찔렀다. 결국 성난 민심은 정권퇴진과 대통령 하야를 이끌어냈다. 이 혁명의 시작은 대학 졸업 후 실직자로 지방 소도시에서 청과물 노점상을 하는 26세 청년의 분신 자살에 의한 것이었다. 1981년 전임자 암살로 권력을 이어 이집트 역사상 최장 기간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또한 민주화 시위에 무릎을 꿇었다. 현재 이집트 혁명은 진정되었고, 과도정부가 8월에 민주선거를 할 예정이다. 현재는 이 민주화 열기는 리비아로 옮아 내전 중이다.  이처럼 민주화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은 오랜 독재정권과 고물가, 고실업, 부패 정치가들에게 억압받은 국민들의 분노였다.

   전세계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민주화 혁명에 북한 정권이 눈치를 보기 시작한 증거들이 곳곳에 포착되었다. 주민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식량난으로 일부 지역만 식량 공급을 할 수 있다고 발표된 후, 주민들이 정부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철저한 감시와 보안 망을 구축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드문 일이다.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또 중동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인터넷 폐해를 강조하는가 하면 인터넷 접속에 대한 제한도 강화했다. 최근 북한의 인터넷 사용 제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는데, 유럽의 웹 분석 업체 스탯카운터가 세계 300만개 웹사이트에 방문한 최근 북한 인터넷주소 IP를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감지되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2월 4일 이후 전혀 집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 또 PC를 통한 인터넷 접속도 2월 9일, 10일, 15일, 16일, 24일 등에 차단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월 9일, 10일은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때이다. 또 15일, 16일은 리비아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시기이며 24일은 시위대에 대한 리비아 정부의 전투기 폭격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가 확산되던 때다. 북한의 최근 이런 선전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한 소통으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차례로 민주화 혁명이 일고 있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북한정권이 바짝 긴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화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사실상 별로 없다. 외부와 고립된 상태에서 철저하게 주민통제가 이루어지고, 휴대폰 30만대 이상 보급됐다고 하나 사용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역사적 사건들은 합리적인 분석과 예측을 훌쩍 뛰어 넘어서 진행된다. 이번 중동 사태도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으니 말이다. 북한에서도 뜻밖의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단발적인 생계형 저항이라도 곳곳에서 쌓이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변화는 작고, 미흡한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번 덴버 통일 포럼을 지켜보면서 북한에도 봄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새겼다. 동시에 한 가지 더 깨달은 사실이 있다. 한반도 통일에 앞서 콜로라도 한인사회의 통일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한국, 미국, 중국, 북한 등 대규모 인원이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만큼 멀고도 험난하다. 하지만 이 곳 덴버는 고작 몇 사람만 마음을 고쳐먹으면 되는 통일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어렵다. 남북 통일에 앞서 한인회 2개, 노인회 2개, 그리고 분란과 방종을 반복하는 단체들이 있는 이 곳 덴버부터 먼저 통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편집국장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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