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를 이루는 것’과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소원이다. 칠순을 맞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올해 소원을 묻자 “건강밖에 없죠”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부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80세 이상 대기업 오너들의 비결을 살펴봤다. 정재원(1917년생·94) 정식품 명예회장, 신격호(1922년생·89) 롯데그룹 회장, 박승복(1922년생·89) 샘표식품 회장, 구자경(1925년생·86) LG그룹 명예회장, 남상수(1925년생·86) 남영비비안 명예회장이 그들이다.

94세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채식 위주 매끼 정시에 식사

◆지금도 아이디어맨=의사 출신 정재원 명예회장은 매일 하루 세 팩의 베지밀을 꾸준히 마신다. 그 덕인지는 몰라도 젊은 시절 앓던 당뇨병과 고혈압을 고쳤다고 한다. 식사는 콩을 비롯한 식물류 중심으로 매 세 끼 정해진 시간에 한다. 제철 과일도 즐긴다. 매주 2~3회 매실주나 레드와인을 소주잔으로 한 잔씩 마신다. 오전 5시면 일어나 EBS 라디오 영어강의로 하루를 시작한다. ‘공부란 건강과 마찬가지로 항상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오전 8시부터 30분간 스트레칭하고 10분 가량 반신욕을 하며 명상한다.

◆매일 2개사 업무보고 받아=신격호 회장은 지금도 한국과 일본을 한 달씩 오가는 ‘셔틀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하루 2개 계열사의 업무 보고를 받는다. 식음료 계열사에서 나오는 시제품을 일일이 맛보고 의견을 낸다. 그룹 관계자는 “워낙 숫자에 밝은 데다 일일이 서류를 챙겨서 보고 땐 계열사 대표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요 임원급 인사는 마지막 단계까지 챙긴다. 운동은 현장 순시로 대신한다. 올 초에는 사흘간 부산과 경남 창원을 오가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매장을 직접 둘러봤다. 쉽게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식사는 메뉴를 가리지 않고 제 시간에 규칙적으로 한다. 여름에는 여러 야채를 먹을 수 있는 돌솥비빔밥을 즐긴다. 술·담배는 일절 하지 않는다.

89세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운동 않지만 매일 흑초 마셔

◆지금도 소주 3~4병 거뜬=박승복 회장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비롯해 무려 27개 직함을 갖고 있다. 나이를 핑계로 일을 피하기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는게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오전 5시쯤 일어나 오후 11시쯤 잠자리에 들지만 “바빠서 숨쉬기 빼고는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식사는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육류도 좋아한다. 수시로 샘표식품 직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젊은이들과 대화를 즐긴다. 술도 피하지 않는다. 지금도 소주 3~4병이 거뜬하다. 대신 하루 세 차례씩 흑초를 마시며 건강을 유지한다. 박 회장은 “사심 없는 마음과 절약하는 삶이 진짜 건강비결”이라고 말했다.

86세 구자경 LG 명예회장

된장 등 전통식품 개발 몰두

◆된장남이 된 회장님=구자경 명예회장은 1995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한 주의 대부분을 충남 천안연암대학 인근 농장에서 지낸다. 오전 8시쯤 일어나 식사를 한 뒤 신문을 읽고, 농장 내 연구소에서 전통식품 개발에 몰두한다. 어릴 적 먹었던 어머니의 된장맛을 그리워해서다. 최근에는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재래된장 고유의 맛을 살린 된장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점심식사는 보통 연암대학 교수진과 한다. 취미는 난과 분재, 버섯 같은 농작물 재배. 일과 중에도 틈틈이 손님을 맞는다. 오후 6시쯤 저녁식사를 한 뒤 9시쯤 잠이 드는 소박한 일상이다. 한 달에 서 너 번 골프를 치는 것 외에 따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 2008년에는 능성 구씨 대종회 종친들과 함께한 골프경기에서 84타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86세 남상수 남영비비안 회장

신문 정독으로 두뇌 관리

◆소식과 골프 통한 걷기=비비안으로 알려진 남영비비안의 남상수 명예회장은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1m82cm 키에 72~73kg의 체중을 지금도 유지한다. 비결은 소식과 골프를 통한 걷기. 지금도 매주 2~3회(겨울 제외) 골프장을 찾는다. 게임 자체에 열중하기보다 많이 걸으려 노력한다. 게임 중간에라도 힘이 부친다 싶을 땐 경기를 중단한다. 무리하지 않는 게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에서다. 식사는 철저하게 소식을 하고 맵고 짠 음식은 피한다. 오후 9시 뉴스를 본 다음 잠들어 오전 6시쯤 기상한다. 기상 직후부터 중앙일보를 비롯한 두 가지 신문을 읽는다. 대충 훑어보는게 아니라 두 시간에 걸쳐 모든 기사를 꼼꼼하게 정독한다. 두뇌 관리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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