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자궁이 있다면, 남성에게는 전립선이 있다. 다만 자궁은 월경과 임신 등의 생식기능, 정서적인 변화, 전신적인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장기로 인식되고 있는데 비해 전립선은 그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궁 못지않게 중요한 전립선, 그 역할과 기능을 살펴보도록 하자.

 전립선(prostate gland)은 남성 신체의 무게중심이라 할 수 있다. 하복부의 기저부에 위치하는 전립선은 위쪽으로 방광을, 뒤쪽으로 직장을, 앞쪽으로 치골을, 아래쪽으로 음경해면체와 고환을 두고 있다. 골반강의 가장 중요한 장기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성인 남성의 전립선은 20g 정도의 밤톨 모양의 장기로서 일반적으로 그 크기는 호두보다 살짝 크다. 전립선을 관통하여 요도가 지나가며, 전립선의 옆쪽으로 음경에 관여하는 혈관 및 신경이 분포하고 있다.

 전립선의 일차적인 기능은 전립선액을 분비하여 정자를 보호하고 생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전립선액은 정액의 25~30%을 차지하며, 정소에서 만들어져 사정을 앞둔 정자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또한 정액이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 정자의 활발한 운동을 보장한다. 정자의 운동능력은 곧 난자와의 수정능력과 직결되므로 정상적인 생식을 위해 전립선액의 역할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전립선액은 알칼리성을 띠는데, 산성이 강한 여성의 질 안에서 산성을 중화시켜 정자의 생존 자체를 가능케 한다.

 전립선액은 정액의 50~60%를 차지하는 정낭(seminal vesicle)의 분비액과 흔히 비교되는데, 전립선액은 사정 초반부에 거의 분사되고 사정 중후반부에는 주로 정낭 분비액이 분사된다. 사정 전반부의 정액(전립선액 위주로 구성된 정액)은 정자의 운동성, 생존능력, DNA 유지능력이 후반부 정액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고 밝혀진 바 있다. 즉 실질적으로 여성을 임신시킬 수 있는 정자들은 전립선액과 섞인 정자라는 것이고, 2세를 남기기 위한 남성의 생식기능에서 전립선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알 수 있다.

 전립선은 사전적인 생식능력(여성을 임신시킬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얼마나 왕성한 성행위를 할 수 있는지, 즉 남성의 정력에도 관여한다. 전립선은 내부에 평활근 조직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근육 조직은 음경을 둘러싸고 있는 구해면체근과 연동하여 사정 시 정액의 힘찬 분출을 가능케 한다. 정액의 강한 분사력은 사정의 쾌감과 비례하기 때문에 전립선이 남성의 절정감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전립선 건강은 전립선 주변조직의 상태를 좌우하기도 한다. 특히 발기와 사정에 관여하는 혈관과 신경이 전립선에 바로 연접하여 분포하기 때문에, 전립선이 붓거나 염증이 생기는 경우 주변조직을 물리적, 화학적으로 압박하여 발기부전과 조루 등의 성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에 반해 종창과 염증 없이 건강한 전립선은 발기와 사정 과정에서 생기는 내압과 충혈을 유연하게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연속적인 발기와 사정에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기 않는다. 또한 전립선의 존재와 위치 자체가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전립선암이나 전립선비대증으로 전립선을 적출한 남성 중 12% 정도는 다른 뚜렷한 원인 없이도 시술 후 발기부전이나 역행사정 등의 성기능 이상이 뒤따른다고 연구된 바 있다. 건강한 성기능에서 전립선이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한 것이다.

 남성의 생식능력과 성기능, 그리고 이들이 건강하게 유지됨으로써 가질 수 있는 남성으로서의 자신감 모두가 전립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2세를 계획하는 남성인 경우 왕성한 성생활과 문제없는 임신을 원한다면 무엇보다 전립선 건강을 챙겨야 한다. 여성에게 자궁이 지닌 가치만큼, 남성에겐 전립선이 중요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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