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일 목사

 지난 주 4박 5일 동안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떨어져 있던 형제들을 만나게 해서 시간을 같이 보내게 해주는 것이었다. 7년 전 큰 아이가 대학을 타주로 가면서 가족 전체가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큰 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시건에서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왔지만 바로 그 기간에 다른 가족들은 덴버로 오게 되어 떨어져 있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가 되었다. 큰 아이는 신학대학원을 다니면서 교회 교육 전도사 사역을 하고 있다. 더욱이 파트 타임으로 일까지 하다보니 시간을 내기가 아주 어렵다. 지난 해 가족들이 모처럼 한국을 나갈 때도 큰 아이는 같이 갈 수 없었다. 그러기에 이번에는 아이들이 봄방학을 맞이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큰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모든 가정의 형제들이 그러겠지만 큰 아이는 동생들을 아주 사랑한다. 동생들 역시 형을 좋아하고 오빠를 잘 따른다. 그러나 아무리 친한 형제들이라도 서로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내야 정도 더 생기고 추억도 만들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덴버를 떠나기 전부터 가졌던 계획은 가족들과 함께 기도원을 가는 것이었다. 캘리포니아에는 한인교회나 개인들이 운영하는 기도원이 여러 곳에 있다. 거리도 1-2시간 안에 있어서 방문하기가 수월하다. 분위기 역시 한국 기도원과 같기 때문에 왠지 모르는 친근감과 평안함이 있다. 그 기도원 가운데서도 가끔 가서 정이 들었던 곳이 은혜기도원이다. LA나 오렌지 카운티에서 한 시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 기도굴이 있어서 기도하기에 적합한 장소이다. 아내는 이 은혜 기도원을 아주 좋아한다. 큰 아이에게는 미리 기도원에 가족들이 같이 간다고 이야기를 해 두었다. 작은 아이들은 기도원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왜 거기에 가야 하는지 의아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LA에 도착한 다음 날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일을 마치고 큰 아이를 만나 기도원으로 출발을 했다. 가는 도중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캘리포니아를 떠나기 전보다 기도원으로 가는 길에 집과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서 조금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기도원을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기도원 사무실에서 개인 기도실의 키를 하나 받아서 기도실을 찾아갔다. 사무실에서 약 500야드 떨어진 산 중턱으로 가니 개인 기도실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 비어 있는 한 기도실에 우리 식구 5명이 다 들어갔다. 작은 기도실이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 찼다. 전기 불도 없어서 캄캄한 공간이었지만 아무 방해 없이 기도제목을 나누고 같이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기도제목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했다. 큰 아이는 이미 그런 기도에 익숙한 지 큰 소리로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이 참 흐믓해 보였다. 작은 아이들도 자신의 기도제목은 이야기했지만 그런 분위기가 조금은 낯설은 것 같았다. 하지만 점점 기도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도 같이 소리를 내어 기도하게 되었다. 가족 개인들을 위한 기도가 끝난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를 했다. 마지막에는 서로 손을 잡고 찬양을 하면서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회에서는 기도회를 종종 하지만 가족 기도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도원에서 돌아오면서 앞으로 가족들이 만나면 이런 기도회를 꼭 하자고 의견을 나누었다. 앞으로 흩어져서 살게 될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도 되고 은혜도 된다면 다른 어떤 가족 행사보다도 의미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족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가족을 돌보는 것 가운데 가족이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복된 것은 없다. 더욱이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더 더욱 그렇다. 가끔 안부 전화나 하는 정도지 마음의 생각과 고민을 잘 나누기도 어렵다. 그러기에 기도하면서 가족을 하나님께 맡긴다는 것처럼 귀한 것이 없는 것이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사무엘이 젖을 떼는 순간부터 아들을 엘리 제사장에게로 보냈다. 그 후에 한나는 일년에 한 두번 제사를 드리러 갈 때만 아들을 볼 수 있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오직 기도외에는 다른 돌봄이 없었다. 하지만 아들을 향한 어머니 한나의 기도는 아들을 이스라엘에서 가장 존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이를 낳은 후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나일강에 떠내려 보낸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친어머니가 모세의 보모로 왕궁에 들어가서 아들을 볼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몇년에 불과했다. 아이가 젖을 떼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되면 보모는 필요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요게벳은 평생 아들을 위한 기도를 빼놓지 않았다. 직접 돌보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지는 못해도 요게벳의 기도를 하나님은 들으셨다. 기도의 아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시키고 구원하는 놀라운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나님이 주신 자녀를 위해 사용해야한다. 그것은 분명한 하나님의 뜻이다. 하지만 자녀를 위한 최고의 돌봄은 자녀의 믿음과 앞길을 위한 기도이다. 가끔 가족들이 모여 기도를 나누면 어떨까? 기도원에라도 갈 기회가 된다면 그것도 가족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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