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성 목사

 하루 중 가장 어두운 때가, 해가 뜨기 바로 전이라고 한다. 밝은 아침의 기운이 도달하기 위하여서는 가장 어둔 곳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말 중 "꽃샘추위"가 있다. 꽃이 피는 것을 시기하는 동장군이 마지막 심통을 부리는 것을 묘사하는 말이다. 봄은 길고 먼 겨울의 길을 지나고 또 꽃샘추위를 지나야 온다. 얼마 전 새벽 집을 나서는데, 이가 오들오들 떨리며, 시간이 거꾸로 흘러 다시 겨울이 온 줄 알았다. 엄청 추웠다. 하지만, 아침의 따스한 해가 떠오르며 밝아지는 길 주변을 문득 눈을 들어 바라 보니 죽은 것 같이 앙상한 나무 가지에 어느덧 푸른 기운이 느껴진다. 여름의 싱그런 잎새를 피우기 위하여 봉우리들이 앙상해 보이는 나무 가지 안에서 땅 깊이 힘차게 물을 빨아 올리며 껍질을 벗고 그 잎을 피우기 위하여 땀을 흘리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춥게 느껴져도, 춘 3월을 지나, 4월, 봄은 그렇게 우리 곁으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봉우리가 활짝 터지고, 여름의 상징인 싱그런 잎새와 더불어 꽃이 그 가지 위에 만개할 날이 곧 올 것이다.

 어려서 부르던 동요 중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라는 가사의 동요가 있다. 그렇다, 봄은 꼭 온다. 몇 해 동안 지속하고 있는 경제 불황을 차제하고라도, 지난 몇 달간, 우리는 역사적으로 가장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열도의 지진과 수나미,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는 여진의 소식들, 원전 사고 소식, 이집트로부터 시작한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리비아 내전으로, 또 공습으로, 코트디부아르, 피의 금요일을 보내고 있는 시리아, 예멘 등 중동 각 지역으로 퍼져 마치 몸살을 앓듯 일어나고 있는 각종 소요들... 지구는 조용할 새가 없이 소요와 동요 속에 몸살을 앓듯 신음 소리에 무거운 소음이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기를 낳은 어머니를 감정을 조절 못하고, 살해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 버리는 대학생들의 소식, 사회 전반에 걸쳐 아무도 모를 날로 각박하여 지는 사회의 소식들을 들으면 어둠이 기승을 부리며 이 세상을 뒤덮는 것 같다. 하지만, 아침은 온다, 반드시 온다, 마치 대자연이 겨울의 옷을 벗고 봄을 새롭게 입는 것과 같이 말이다. 어두워서 더 이상 소망이 없다고 느껴지는 바로 지금은 새로운 소망의 아침 길목이다.

 최근 읽은 책 중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다. 책의 2부 제목은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이다. 그렇다, 바닥은 깊지 않다. 다만 그 줄을 잡고 몸부림치기에 힘든 것이다. 마지막이라 생각될 때, 인생이 가장 어둡다고 느껴질 때, 이제 체면의 줄, 우리의 능력의 줄, 우리 고집의 줄을 놓아보다. 그리고 기억하자, 떨어지면 다시 뛰어오를 수 있는 바닥이 바로 아래 있고, 가장 어둡다고 생각하며 새벽이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인생의 봄은 반드시 온다. 우리 역사의 봄도 반드시 온다. 처처에 기근의 소식과 지진의 소식이 세상이 가장 어두워져 가고 있을 때가 바로 우리가 소망할 때라고 성경은 교훈한다. 우리 인생이 가장 어둡다고 느껴지면, 인생의 봄은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의 영혼의 먼지를 털어내자. 좋은 음악을 듣자. 좋은 글을 읽자. 입으로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라는 동요도 흥얼거리자, 그리고 다가 올 인생의 봄을 환한 마음으로, 복된 기대감으로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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