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북한 출신?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가 남북 합작 캐릭터임이 밝혀져 새삼 화제다. ‘뽀롱뽀롱 뽀로로’ 캐릭터는 아이코닉스가 기획하고 오콘 SK브로드밴드, EBS, 북한의 삼천리총회사가 공동개발했다.‘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뽀로로’가 토종 캐릭터, 그것도 남북이 합작해서 만들었다는 사실이 퍼지기 시작, 누리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누리꾼들은 ‘뽀로로는 말 그대로 한민족이다’‘그러고보니 뽀로로가 북한 느낌이 나기도 하네’‘그럼 뽀로로 수익이 북으로도 가나?’라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뽀로로’를 기획한 아이코닉스 측은“뽀로로 1기때 캐릭터를 함께 개발한 것이 맞다”며“현재 2기, 3기는 함께 하고 있지 않아 수익금이 북측으로 배분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0년까지‘뽀로로’의 상품 수익은 8천3백 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카리스마는 어디에서?
 뽀로로는 2003년 6월 교육방송을 통해 첫 방송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다.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키는 천진함과 귀여움을 갖춘 3등신의 이 펭귄 캐릭터는 열광적인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 2011년에는 ‘정치권’에서도 주목하는 인물이 되었다.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그는 이미 대통령이다. ‘뽀로로 대통령’ 줄여서 ‘뽀통령’은 커져가는 뽀로로에 대한 지지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뽀통령의 ‘정치력’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의 연등행사에 참여하면서 종교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 와중에 그가 과거에 크리스마스 포스터에도 등장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종교를 초월한 지도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뽀로로는 남북문제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자연스럽게“뽀통령이 남북통일도 이룰 기세”라는 논평이 나온다. 뽀로로는‘위기상황’에서 지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 유아가 주전자에 허리 아래가 끼어 빠지지 않는 사고가 발생한 사건은 대표적이다. 119 구조대가 출동해 주전자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할 때 아이가 괴로운 상황을 견디도록 해준 것은‘뽀통령’이었다.

뽀로로가 가진 정치력은 무엇인가?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뽀로로가 민주주의 작동원리를 체화해서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뽀로로>는 구성원 간의 갈등이나 외부에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나는 위기를 보여주고, 이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으로 한 편이 구성된다.“생각이 다르고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게 다를 때 다 가지려고 하거나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합의점을 찾아간다.” 신진욱 교수는‘시민’의 역할을 설명하며 뽀로로 마을을 예로 들었다. 어린 아들이 아빠가 든 책에 적힌 ‘민주’ ‘공화국’ 말의 뜻을 물었을 때도 신 교수는 뽀로로 마을의 뽀로로와 크롱, 에디가 벌이는 갈등과 해결을 예로 들어 알려주었다고 한다.

 청년 진보주의자 조윤호가 ‘뽀로로의 매력’에 빠져든 것도 이런 민주주의적 해결 과정이다. 그는 뽀로로 마을에서는 과도한 욕심에 대한 제어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눈이 많이 와서 한 친구의 집 앞에 나무가 쓰려졌을 때가 대표적이다. 여우 에디는 만화책이 보고 싶어서 도와주지 않고 꾀병을 부린다. 다음날 에디 집 앞의 나무도 쓰러진다. 친구들이 꾀병을 부린 거를 알고는 안 도와주다가, 토론을 거친뒤 같이 힘을 모은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독단적이고 과도한 욕심은 안 좋은 결과를 낳죠. 결국은 이것도 이해와 협동의 과정을 통해서 해결됩니다.”

 에디를 도와주는 것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과정을 거쳐서다. 뽀로로 마을에서 갈등이 해결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신진욱 교수는 “화해 자체를 위한 화해이다. 거기에는 ‘정의’가 들어가 있다”고 말한다. 뽀로로 마을은 체제를 다시 생각하는 혁명성도 지녔다. 뽀로로 마을의 구성원들은 게으르고 일도 안 하고, 늦잠 자고, 쓸데없는 일들만 한다. 김용민씨는 “이를 본 어른들은 ‘어떻게 먹고 사냐’고 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이들은 정치체제가 없는 가운데 평화롭게 공존합니다.” 이른바 ‘황금시대’다.

뽀로로의 한계는?

 칼럼니스트 김소희씨는 뽀로로가 가지는 영향력이 첫째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높은 접근성, 둘째 복잡하지 않은 명확함, 그리고 과자만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무엇보다 정부의 어떤 육아정책보다 우수하다고 말한다. “5살 이하 어린이는 특히 손이 많이 가죠. 그런 아이를 이만큼 잘 돌보기로는 뽀로로만 한 게 없습니다.” 올 들어 여성가족부에서 크게 홍보하던 ‘파견도우미’ 제도가 대거 축소되었다. 생색내는 제도보다 한 편의 뽀로로가 더 훌륭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뽀로로의 한계도 짚는다. “19살 미만 투표권 없는데, 뽀로로의 파워는 만 4살이 넘으면 급속히 시듭니다. 대중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한계죠. 당파성을 견지하느냐 외연을 넓히느냐가 큰 관건”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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