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장로교회 맹준호 원로 목사

 어디선가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를 본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요즘같이 뜨거운 초여름까지 그대로 방치해 둔 크리스마스트리, 금종과 은종에는 먼지가 가득하고, 금줄과 은줄은 축 늘어지고, 그안에 시커멓게 변한 나무둥지 하나가 썩은 미이라처럼 쾡-하니 서 있는..,

 우리 인생도 때가되면 모두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추루해지게 마련이지요. 잘생긴 얼짱, 환상적 S 라인도 때가 지나면 거기가 거기구요, 학벌도 평준화가 됩니다. 그렇게 침을 튀기며 자랑해댔지만, 일류학교를 나온게 양노원에서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입니까? 건강도 평준화가 됩니다. <아놀드스왈츠네거>같은 몸짱도 때가되면 벌레먹은 마지막 잎새가 되어 작은 바람에도 파르르 떨게 마련이구요. 성(性)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화끈하게 사랑을 불태우던 연인도 때가되면 성(性)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느낌도 없고 구별도 없어집니다. 재벌도 지금 회장이라고 그게 영원합니까? 잠시 후면 바짝 말라비틀어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허망해지기 마련이지요. 올라갔던 만큼 추락의 늪은 깊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말씀합니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벧전1:24)...’ 이런 생각을 해보면 인생이란 정말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인생은 누구나 때를 따라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파산한 한 부자가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귀중품을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자 경매사가 가장 싸구려부터 경매를 해야지 생각하고는, 거라지 한쪽구석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먼지만 가득한 낡은 바이올린 하나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영락없이 쓰레기통 신세가 될 운명이었습니다. 그때 한쪽에서 한 백발의 노신사가 조용히 손을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아니 왜 저런 낡은 바이올린을 사려는거지?’ 궁금하여 지켜보는 중에 이 노신사는 앞으로 나와 바이올린을 살펴보고는 손수건을 꺼내어 바이올린을 정성껏 닦았습니다. 그리고 현을 조이고 음을 골랐습니다. 금세 조율까지 마친 이 노신사는 곧 이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를 시작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낡아빠진 고물 바이올린에서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것이였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연주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고, 경매장이 아니라 음악회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넋을 잃은 사람도 있고,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잠시 후 연주를 마친 노신사는 경매사에게 조심스럽게 이 바이올린을 돌려주고는 떠났습니다. 이윽고 경매사가 다시 이 바이올린을 경매에 붙였을 때 모든 사람들이 이 바이올린을 사겠다고 덤벼들었고, 결국 그 바이올린은 어마어마한 값에 팔렸다고 합니다.

 우리 인생 역시 고물 바이올린 같습니다. 저도 이런 사람 중에 하나였습니다. 먼지가 많습니다. 무가치하게 한쪽 켠에 밀려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자신도 내가 얼마나 가치있는 존재인지, 어떤 능력을 타고 났는지, 얼마나 영광스러운 존재로 지음 받았는지도 전혀 모릅니다. 내 안에 얼마나 아름다운 악보와 선율이 있는지, 어떻게 그것을 연주할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때로는 부모가, 때로는 선생님이, 때로는 지도자가, 때로는 연인이 우리를 연주해보겠다고 손을 대보지만, 그때마다 시끄럽고 거친 소리만 내다가 결국, ‘넌 틀렸어. 넌 안돼. 니 까짓게 그렇지 뭐..’ 그러면서 상채기만 잔뜩 내 놉니다. 그러나, 그렇지만, 이런 바이올린도 그 가치를 아는 노련한 연주가의 손에 들어가면 상상할 수도 없는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 명기(名器)로 변합니다. 참 의미있는 인생이 됩니다. 우리 안에 담긴 비밀을 아는 분이 계십니다! 우리 안에 악보를 그린 분이 계십니다! 우리 인생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바로 주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분이 연주하면 됩니다!

 독자여러분! 혹 내 인생이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 같지는 않습니까? 혹 먼지를 뒤집어쓴 채 버려진 고물 바이올린 같지는 않습니까? 미운 오리새끼는 오리가운데 있는 한, 역시 미운 오리새끼일 뿐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 나오십시오. 그분께 나를 맡겨보십시오. 내가 어느새 백조가 되어있으므로 환희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는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 은줄이 풀리고 금 그릇이 깨지고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그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전12:1-7) 몹시 덥습니다. 그러나 곧 또 낙옆이 떨어지는 가을이 오고, 곧 또 눈보라가 날리는 겨울이 오겠지요. 때가 참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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