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에 중고등 학생과 대학생을 상대로 영어 과외를 한동안 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떠나기 직전에는 학원에서 영어를 강의하기도 했었다. 주로 종합 영어와 유학 영어 과목을 강의하였다.

벌써 십 수년이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콜로라도의 한인 노인들에게 1년 반 가까이 매주 토요일 무료 영어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과 영어학습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고, 몇 권의 졸저를 출판하면서 인터넷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내가 가장 공통적으로 많이 듣는 말은 곧 ‘머리가 나빠서…’라는 것이다. 고등학생들도 그렇고, 대학생들도 그렇고, 노인네들도 그렇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도 잘 안 될때면 으례히 머리 탓(?)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10여년의 영어공부 끝에도 영어를 못하는 것이 “머리가 나빠서”인가? 토익을 900점, 만점을 받아도 유창한 영어를 못하는 것도 머리가 나빠서인가? 죽어라고 공부해서 토플이나 GRE에서 고득점을 받은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도 나쁜 머리탓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영어가 되지 않는 이유는 반드시 ‘머리’나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영어가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타겟 설정”에 있다. 잘못된 타겟을 놓고 심혈을 기울여 정조준하는 것은 낭비일뿐이다. 즉, 영어 공부의 타겟을 토익이나 토플 또는 수능시험에 맞추고 시험 유형에만 맞추어 공부를 하므로 결국은 천신만고 끝에 타겟을 간신히 맞추어도 영어는 무지개와 같이 저 멀리 서있는 것이다. 영어 공부의 타겟은 당연히 영어습득이어야 하는 것이다. 영어를 습득하고 난 다음 각종 시험을 보면 부작용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잘 못된 타겟에 목숨을 걸고 매진한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바이러스들에 감염되는 것이다.

평생 영어공부를 해도 영어가 되지않는 그 다음 이유는 바로 “영점 조정의 실패”에 있다. 영점 조정에 실패하면 아무리 정조준을 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타겟의 설정은 바르게 했다하더라도 타겟을 겨누는 기준점이 잘 못 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타겟을 향해 사격을 해도 적중하지 않고 빗나가기만 하는 것이다. 다급한 시험 공부가 아니라 근본적인 영어습득을 통하여 영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초적인 자세가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면 빗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어습득이라는 이상적인 타겟을 정하고 영어공부의 영점을 문법에 맞춘다면 아무리 평생동안 정조준하고 영어사격을 해도 백발백중 빗나간다. 독해나 쓰기에 영점을 맞추고 평생 애를 쓴 사람들은 아직도 헤매고 있다. 묻지마식의 듣기로 영점을 맞추고 지금까지 10년 동안 영어를 정조준 해온 사람들은 앞으로 20년을 더해도 영어는 빗겨간다.

영어공부의 영점은 반드시 말하기 옹알이에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영어공부 정조준의 타겟은 반드시 각종 영어시험이 아니라 “영어습득”이어야 한다. 말하기 옹알이가 아닌 다른 영점의 기준과, 영어습득이 아닌 다른 타겟은 오로지 인생의 낭비일뿐이다.

성공적인 영점조정과 정조준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안되는 이유는 바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하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다섯살, 여섯살짜리 꼬마들이 영어를 배우고 잘하는 것은 우리보다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다. 기억력이 좋거나 더 많은 어휘를 알아서도 아니다. 나이가 먹어서도 아니다. 우리가 그처럼 영어공부에 성공하기 어려운 것은 삶의 무게가 버거워서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머리 탓도 아니며, 나이 탓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 자신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영점조정과 올바른 목표물에 대한 순간적인 정조준의 일치를 느끼는 것은 기쁨이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그 기쁨은 설레임이다. 그러나, 영점조정과 정조준의 일치를 20개월 동안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진정한 “승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결코 1주일의 설레임이나 1개월의 설레임으로 영어를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제 어디서나 말하기 옹알이의 영점과 영어습득의 타겟을 20개월 동안 꾸준하게 정조준하고 실천하는 사람만이 영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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