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 사는 K씨(35세)는 1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자신이 당뇨병 환자인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달라진 점은 별로 없다. 식사는 여전히 구내식당에서 주는 대로 먹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거래처 사람들과 만나 술을 마시느라 규칙적인 운동은 꿈도 못 꾼다. 처음에는 회사에 당뇨병이라고 알리고 도시락을 싸서 다닐까 생각했지만 혹시 코앞으로 닥친 과장 승진에서 떨어질까 봐 관뒀다. 평일엔 일하느라 바빠서, 주말엔 자느라 바빠서 자신이 당뇨인 것조차 잊고 살 때가 많은 K씨. K씨처럼 젊다고 방심하고, 일하느라 외면하는 젊은 당뇨, 그 해결책을 알아본다.

2030 젊은 당뇨 급증세! 왜?  
30세 이상 국민의 10%가 앓고 있는 국민질환 당뇨병. 이 검은 그림자는 나이가 젊다고 해서 결코 피해 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30대 젊은 당뇨 환자는 10배 이상 증가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20~30대 당뇨 환자만을 위한 ‘2030 당뇨캠프’를 진행하는 것을 봐도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는 젊은 당뇨 환자가 늘어난 원인을 “젊은 사람들은 당뇨병이 잘 걸리는 생활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높은 열량 음식과 배고플 겨를 없이 먹을 것이 넘쳐나는 환경은 과체중과 비만을 부추기고 있다. 불규칙한 생활도 당뇨병 환자를 늘리는 데 한몫을 한다. 젊은이들에게는 밤늦게까지 놀거나 일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침과 점심은 브런치로 한꺼번에 해결하고, 부족한 잠은 주말에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

김광원 교수는 “20~30대는 한창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대로 식사 시간이나 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없는 형편이다.”고 말한다. 업무 스트레스, 불안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 등도 젊은이들을 당뇨병 환자로 내몬다. 
설상가상, 당뇨병 진단을 받았어도 직장에서 떳떳하게 공개하고 식사 조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더 해도 모자랄 젊은 사람이 벌써 당뇨에 걸렸어?’, ‘나중에 합병증이라도 오면 회사에 짐만 되겠네.’ 같은 따가운 눈초리가 무서워 따로 식사를 하거나 대놓고 병원에 가기도 어렵다.
 
젊은 당뇨, 합병증 더 빨리 올 수 있어
당뇨병에 걸린 것도 문제지만 당뇨를 우습게 보는 것은 스스로 시한폭탄을 짊어지는 셈이다. ‘젊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은 짧은 시간에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꾸준히 엄격하게 관리를 해야 조절할 수 있는 병이며, 그렇지 않을 때는 합병증이란 결과가 도사리고 있다. 젊다고 해도 결코 이 합병증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김광원 교수는 “당뇨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합병증은 젊은 사람이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당뇨병 치료의 근본적인 목적도 당뇨병으로 생기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서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김광원 교수는 “냉정하게 말하면 30대에 당뇨병이 생겨서 50세에 합병증이 오는 것이 60대에 당뇨병이 생겨서 80대에 합병증이 오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고 말한다. 50대라면 아직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시기다. 보살펴야 할 자녀나 가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50대가 되면 수익도 많아지고, 더 큰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때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 발 등 합병증이 시작된다면? 그것도 환자가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본인이 괴로운 것은 물론이고, 가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2030 당뇨 환자, 혈당 조절은 이렇게~    
당뇨병은 관리를 잘해서 혈당 조절이 잘 된다면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병이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혈당 조절을 미루고 있는 2030 젊은 당뇨 환자들은 아래를 주목하자. 당뇨병을 부추기는 환경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1.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혈당 조절을 하려면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 없다면 계획표를 짜서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야근이 잦은 직장인이라면 일어나는 시간과 아침을 먹는 시간이라도 규칙적으로 한다. 일어나는 시간을 정해 놓으면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어김없이 제 시간에 일어나야 하므로 과음과 과식을 덜하게 된다. 김광원 교수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어겼다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고 다시 불규칙해지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꼬집는다. 한 번 시간을 어겼더라도 다시 규칙적으로 살면 우리 몸은 적응하게 되어 있다.

2. 나만의 ‘당뇨타임’을 만든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30분~1시간은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 30분~1시간은 당뇨 치료를 위한 시간으로 정한다. 그 시간에 가벼운 운동은 직장에서도 할 수 있다. 옷을 갈아입거나 운동화를 신지 않아도 맨손체조, 스트레칭 등은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운동이다.     

3.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
김광원 교수는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당뇨병 극복에 중요한 요소”라며 “당뇨병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혈당 관리와 함께 체중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과식, 폭식을 줄이고 꾸준한 운동과 채소 반찬 위주의 식사로 체중을 조절한다.  

4. 회식 핑계는 이제 그만! 당뇨병 맞춤 회식을 하라
자신이 당뇨병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회식 자리에서 예전처럼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었다면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어느 식당에나 있는 ‘앞접시’ 라고 하는 개인용 접시를 이용하면 된다. 이렇게 먹으면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천천히 먹으면 다른 사람이 2~3인분을 먹을 동안 그 속도를 맞출 수 있다. 술을 절제하려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 문화를 최대한 이용한다. 상대방에게 술을 따라주지 않거나 술잔이 가득 차 있으면 자연히 술을 덜 권하게 된다. 김광원 교수는 “술은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면 자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5. 혈당 관리, 지금 당장 시작한다 
당뇨는 기다리면 낫는 병이 아니다. 생활습관을 당장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당뇨병이 생긴 순간의 마음가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겐 ‘난 아직 젊으니까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다음 달부터 혈당 관리를 하면 될 거야.’라는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지금, 바로 당뇨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김광원 교수는 “당뇨병은 고열량 식사, 운동 부족, 불규칙한 생활, 심한 스트레스 등 잘못된 생활습관들이 모여서 생긴 결과”라며 “마라톤을 하듯 생활 전체를 조절하면서 살면 평생  정상 혈당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덧붙인다. 

젊으니까 다음 달부터 관리하겠다는 생각은 안된다.’라는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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