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쇼 출연 위해 부모가 짜고 벌인 짓

포트 콜린스에서 6살짜리 아들이 집에서 만든 풍선 기구를 타고 날아갔다고 경찰에 신고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부모가 자신의 이름을 딴 리얼리티 쇼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벌인 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혹시나 했던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지난 15일 오후에 어린 아들이 아버지가 직접 집에서 만든 풍선 기구에 올라탔는데 끈이 풀려 헬륨가스가 들어간 기구와 함께 날아갔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전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았었다. 2시간 30분 가량이 흐른 후 땅 위에 착륙한 풍선에는 포트 콜린스에 사는 리처드(48)와 마유미 히니(45) 부부의 막내 아들인 팔콘이 타고 있지 않았으며, 어떤 목격자가 풍선에서 어떤 상자가 떨어져내리는 걸 봤다고 증언하면서, 아이가 풍선에 타고 있다가 추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적인 추측이 기정사실화될 뻔 했다. 그런데 신고 후 4시간 여만에 어이없게도 팔콘은 집 차고 위 다락에 숨어있다가 걸어나왔다. 팔콘은 아버지에게 혼이 날까봐 다락에 숨어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전국 방송 인터뷰 중에 팔콘이 “아빠가 이게 다 쇼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하면서 자작극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단 아버지는 풍선이 아들을 싣고 날아가버렸다고 신고하는데 있어서 911이 아닌 방송국에 먼저 전화를 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리고 처음 신고할 때 히니가 경찰에 알려준 비행 접시 모양의 풍선 크기는 37파운드짜리 아이를 실어가기에 충분히 큰 형태였으나, 실질적으로 이 풍선은 비닐과 알루미늄 막대기, 덕 테잎과 끈으로 조잡하게 만들어져 아이를 태우고 날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크기였다.

리처드와 마유미 히니 부부는 지난 2008년 10월에 이미 ABC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인 ‘아내 바꾸기(Wife Swap)’에 출연해 한두차례 매스컴을 탄 적이 있으며, 공중파 방송을 통해 한번 유명세를 맛보면서 본격적으로 이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해 자작극을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히니의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라고 밝힌 로버트 토머스라는 사람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히니가 과학 관련 리얼리티 쇼를 따내기 위해 몇 달간 열기구 풍선을 이용한 자작극을 준비해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히니는 한때 헐리우드를 떠돌며 스타가 되고 싶어한 적도 있었으며, 당시 히니를 알았던 사람들은 그가 유명해지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할만큼 유명세를 목말라 했다고 입을 모았다.

히니 부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전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전파를 타긴 했지만, 돈 대신 오히려 거금의 벌금과 배상금, 징역이라는 중징계를 모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히니 부부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공모, 미성년자 아동 보호 의무 소홀, 미성년자를 이용한 범죄, 경찰을 속이기 위한 허위 신고 및 진술, 당국에 허위 정보를 제공한 혐의, 공무 집행 방해 등 여러 건으로 기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6년형과 500,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들 부부는 팔콘(6), 료(8), 그리고 브래드포드(10) 등 세명의 아들을 두고 있으며, 이 자녀들 모두가 이번 자작극에 100% 연루되어 있지만, 모두 나이가 어려서 형사기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방송사들은 “히니의 조작극에 한마디로 놀아났다는데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정규 방송까지 취소하면서 풍선 기구를 쫓아다닌 헤프닝에 대해 경솔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라리머 카운티측은 아이를 수색하기 위해 주 방위군과 쉐리프 병력 등 대규모 수색대를 파견한 데 따른 배상금도 청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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