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쐬지말고 2시간마다 환기해야

 해마다 여름만 되면 잦은 감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박선희(31)씨. 올해도 어김없이 더위가 시작되자마자 감기 증상이 나타나 벌써 일주일 넘게 칼칼한 목과 두통, 기침, 가래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감기약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증상이 나아지는 것은 그 때뿐이다. 결국 병원을 찾은 박씨는 ‘냉방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다. 무더운 여름을 맞아 에어컨 사용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냉방병의 원인 및 증상,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한 온라인 취업포털이 직장인 545명을 대상으로 ‘냉방병 여부’에 대해 설문을 진행한 결과, 32.7%가 올 여름 ‘냉방병을 앓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44.6%,‘남성’ 21.2%로, 여성 직장인이 냉방병에 걸린 비율이 두 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확실히 정의돼 있는 질병은 아니다. 그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속명일 뿐이다. 보통 실내와 외부 온도가 5도 이상 차이가 날 때 체내 자율신경이 일시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냉방병에 잘 걸리는 사람은 실내외 기온 차이가 많은 환경에 노출되는 사람이다. 즉 무더운 바깥에서 갑자기 차고 건조한 실내로 너무 자주 왔다 갔다 하거나, 장시간 실내의 지나친 냉방 환경에 노출되는 사람들이다. 한여름에도 직장이나 자가용, 그리고 집의 온도가 거의 비슷한 사람들은 냉방병에 잘 안 걸리지만 직장에만 에어컨이 있는 사람들은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냉방병의 증상은 아주 다양하고 한 사람에게서 한가지 주 증상만 호소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돼 나오기도 한다. 대체로 호흡기증상, 전신증상, 위장장애, 여성 생리 변화 및 기존 만성병의 악화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호흡기증상으로는 감기에 자주 걸리고, 감기에 한번 걸리면 잘 낫지를 않으며, 목이 답답하거나 가래가 낀 것 같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천식에 걸리기가 쉬워지고, 이미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악화되기도 한다. 전신증상으로는 쉽게 피로해지고 두통이 흔하며, 어깨, 팔다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파지기도 한다. 또한 몸의 한기(냉증)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위장장애로는 소화불량과 하복부 불쾌감, 더 나아가서는 설사 등을 들 수 있다.

 여성 생리 변화로는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냉방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이유는 옷차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에 의하면“대부분의 사무실 온도는 여름철에도 양복에 넥타이를 매야 하는 남자 직원들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짧은 치마, 민소매 등의 신체 노출부위가 많은 옷을 입고 근무하는 여성들은 체온 유지가 어려워 더 쉽게 냉방병에 걸리는 것”이라고 한다. 냉방병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외부와의 온도차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온도조절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또한 전문가들은“바깥에서 실내로 들어왔을 때 몸에 소름이 끼친다거나 땀이 마르면서 재채기를 할 정도라면 너무 급격한 기온 변화에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며 “이럴 경우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가까이서 직접 몸에 쐬지 않도록 하고 얇은 겉옷을 하나 준비해서 몸이 안 좋을 때 입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름철 짧은 치마를 입는 여성들은 체온 보호를 할 수 있는 가디건이나 목을 보호할 수 있는 스카프를 준비해 가볍게 덧입어주는 것도 좋다. 개별냉방을 하는 경우라면 사람이 모이는 쪽보다는 안 모이는 쪽으로 바람의 방향을 조절하고 약하게 여러 시간을 틀어놓는 것이 좋다. 또한 2시간에 5분 정도는 환기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휴가를 앞둔 직장인들은 차의 에어컨으로도 냉방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에어컨을 틀더라도 바람이 사람이 있는 쪽으로 직접 나오지 않도록 하고 외부공기를 유입시키는 것이 좋고 틈틈이 자연환기를 시키는 것이 건강을 위해 좋다. 또 자주 바깥 바람을 쐬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도 냉방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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