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기독교회 송병일 목사

 교통 사고로 남편을 잃은 어느 여성이 노만 빈센트 필 목사님을 찾아왔다. 그 여인은 남편을 갑자기 잃은 참사에 살아갈 힘을 잃은 채 절망에 빠져 있었다. 필 목사님은 음악가 ‘피터 크로퍼’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 여자로 하여금 새로운 힘을 얻도록 도와준 이야기가 있다.  피터 크로퍼는 영국의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그의 업적이 너무나 뛰어났던 까닭에 영국의 왕실 음악회에서는 크로퍼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것은 세계 불후의 바이얼린 제작자인 이탈리아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만든 바이올린을 그에게 빌려주어 사용하게 하는 일이었다. 세계 최고의 바이얼린 제작자가 만든 바이얼린은 무려 258년이나 된 보물과 같은 악기였다. 그런데 큰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크로퍼가 핀란드에 가서 연주회를 가질 때의 일인데, 발이 무엇에 걸려 넘어지면서 그 바이얼린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크로퍼의 황홀한 꿈은 이제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았다. 그 날의 연주회만 망친 것이 아니었다. 영국 최고의 보물인 바이얼린을 부서뜨린 자책감은 그의 삶 자체를 흔들어놓았다. 어떤 일도 자신이 없었다. 늘 불안했고 긴장감이 그를 떠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영국 런던의 한 바이얼린 상점 주인이 바이얼린을 누구보다도 잘 수리하는 사람을 크로퍼에게 소개해 주었다. 크로퍼는 부서지고 깨어져서 조각 조각이 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얼린을 그 사람에게 갖다 맡겼다. 그런데 나중에 너무나 놀라운 일이 생겼다. 얼마나 바이얼린이 잘 수리가 되었는지 깨어졌던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 경탄할 일은 수리된 바이얼린의 소리가 전보다 더 아름다워졌다는 사실이었다. 다 부서지고 깨어진 악기였지만, 그것을 수리하는 대가의 손에 맡기니 더 좋은 악기가 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다보면 이 바이얼린처럼 우리의 삶이 조각 조각 부서지고 깨어지는 순간들을 만날 때가 있다. 너무 힘들 때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조차도 어렵다. 사실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남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혼자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웃들이 주변에는 참 많다. 나는 목사이기에 여러 교우들보다 그 사정에 대해 조금 더 안다. 그러나 나 역시 그 아픔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기도 부탁을 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한 것보다 조금 더 자세히 상황을 이야기 해 주었을 뿐이다. 겉으로는 모두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 다르다. 다 부서지고 깨어진 그릇을 겨우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일들이 생겨야 하는지 나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러나 다른 것도 다 몰라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여기서 나오는 “모든 것”에는 우리 삶이 부서지고 깨어진 것도 반드시 포함이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하나님 사랑하기를 중단하지 않는 한 하나님은 깨어진 삶의 조각들을 맞추실 것이다. 그것도 그냥 맞추어 놓는 정도가 아니다. 그전보다 더 아름답고 영광스럽게 만드실 것이다.

 1920년 경 만화를 그리는 한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출판사나 신문사 그 어느 곳도 이 청년의 만화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실망과 낙심 속에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거처할 곳도 없었다. 그는 아무도 없는 예배당 바닥에 앉아 뼈아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이 청년은 교회 담임목사의 눈에 띄게 되었다. 자세한 사정을 들은 목사는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교회 창고에서 지내라고 했다. 목사는 그 청년의 손을 잡고는 이렇게 위로를 했다. “하나님께서 자네를 사랑하고 계시니 용기를 잃지 말게” 그 청년이 기거하던 교회 창고에는 쥐가 많았다. 처음에는 그곳에서 잠을 자기도 힘들었다. 자기 처지가 더욱 처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왕 이곳에 있을 바에는 쥐와 친해지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을 품자 징그럽던 쥐가 사랑스러워졌다. 그는 창고에서 쥐를 아주 예쁘게 그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 창고에서 세계적인 ‘쥐그림’인 미키 마우스가 탄생한 것이다. 이 청년이 바로 ‘월트 디즈니’이다. 아무리 부서지고 깨어진 것이라도 하나님의 손에 들리기만 하면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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