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일 목사(한인기독교회)

 “나는 수집 같은 것은 절대로 안 할 겁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한 남성이 인터뷰 중에 한 말이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집을 정기적으로 청소해 주는 시 공무원이다.  그는 혼자서는 청소하기조차 힘든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시가 대신 집을 청소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노인이 되면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에 하나는 무엇이든 버리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검소하게 살았던 절약 정신 때문일 수도 있다. 물건들 하나 하나에 지난 시절의 추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잡다한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집안은 점점 거대한 쓰레기통이 되기가 쉽다. 힘이 없어 청소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썩으면서 쥐가 들끓기도 한다. 그것은 노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 시 정부에서는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집들만을 청소해 주는 직원을 두게 된 것이다.

 인터뷰 중에 이 직원은 이런 말을 했다. “거실에서 침실로 통하는 복도가 완전히 쓰레기 더미로 막혀 있는 집들도 있습니다. 쓰레기를 쳐내다 보면 봉투도 뜯지 않은 우편물부터 몇 년 동안 쌓인 신문, 수 십 년 된 영수증까지….. 숨이 콱콱 막힙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한 때는 집 주인에게 꼭 필요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그 물건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주인을 질식시키는 감옥이 되고 만 것이다. 담당 청소직원들은 그 쓰레기들을 모두 내다 버린다. 그러면 집 안에 빈 공간이 생기고 통풍이 되기 시작한다.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집 주인도 마침내 생기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때는 꼭 필요했던 것들이지만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거라지를 제일 먼저 정리했다. 하나 하나를 꺼내놓고 보니 사실은 다 쓰레기들이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사용할지 몰라서 보관해 두었던 것이 왜 그렇게 많은지 놀랐다. 깨끗이 정리하고 나니 거라지가 얼마나 시원해 보이는지 아주 신선한 기분을 느꼈다.

 이제는 방도 정리하고 옷도 정리하려고 한다. 요즈음 옷은 잘 떨어지지가 않는다. 오랫 동안 입어도 그래도 남아있다. 그래서 버리지를 못한다. 옷장마다 옷이 가득하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라면 앞으로도 입을 가능성이 없다. 그런데 10년 이상을 안 입은 옷도 그대로 걸려 있다. 아직 깨끗한 옷이라면 선교지에 사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모아서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거라지 세일을 해서 연말에 좋은 일에 쓸 수도 있다. 집안을 정리하고 서재를 정리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소유에 대한 애착 때문에 존재가 위협당하는 일들이 우리 삶에는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소유를 늘이려고 한다. 그래서 헉헉거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쌓으면 쌓을수록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다. 쌓을수록 갈증은 더해져만 간다. 오히려 소유 때문에 존재가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소유에 모든 것을 걸려고 한다. 오히려 소유를 내려놓는 순간 존재는 생명력을 되찾게 되어 있다.  우리가 정리하고 내려놓아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살펴보자.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것이 우리 영혼을 더 풍족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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