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일 목사

 매년 12월 세계에서 가장 호황을 누리는 관광지중에 하나는 핀란드의 로바니에미라는 곳이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이라고 알려진 로바니에미엔 12월 한 달 동안 평균 6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각국에서 날라온 전세기만 해도 250편이 넘는다. 항공기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항공 운항에도 빈번한 지연이 불가피할 정도이다. 이 로바니에미가 최근 북유럽 최고의 겨울 관광지로 떠오르자 그 비결을 배우고자 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그리고 스칸디나비아반도의 국가들이 저마다 산타클로스의 종주국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실정이다.

 사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은 핀란드가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설로는 소아시아의 터키지방에 살았던 성 니콜라우스에서 유래된 것이다. 하지만 1920년대 핀란드 라디오 방송의 한 아나운서가 로바니에미 마을 코르바툰투리 산에 산타가 산다고 이야기한 것이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부터 핀란드 로바니에미는 산타클로스의 이야기를 자기 마을의 사건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먼저 산타 우체국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있는 어린아이들로 하여금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쓰게 하는 이벤트를 만든 것이다. 수신자를 “산타클로스에게”라고 쓰면 정확한 주소가 없더라도 그 편지는 핀란드의 로바니에미의 산타우체국으로 오도록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편지만 보내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답장이 없다면 한두 번 보내고 말 것이다. 로바니에미 마을 사람들은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들에 정성스러운 답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편지는 한 두통이 아니다. 자그마치 매년 100만 통이 넘는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1년 내내 답장을 써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편지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우정과 사랑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결코 형식적인 답장이 아니다. 슬픈 마음을 가진 사람을 위로해 주고, 고통을 가진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소망을 심어주고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이것은 한 두 해의 이야기가 아니다. 벌써 수 십 년 째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녀들에게 그 편지를 물려주고 있다. 이런 오랜 정성과 투자가 지금의 로바니에미를 만든 것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사우전드 아일랜드도 마찬가지이다. 이곳은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의 탄생지이다. 물론 맛이 있어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맛만이 아니다. 그 드레싱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유명한 드레싱이 된 것이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뉴욕 아스토리아 호텔의 총지배인인 볼트가 이 지역에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병든 아내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 이 드레싱을 개발했다. 모든 체인의 호텔식당의 메뉴에 새로운 드레싱이 나오자 사람들은 어떤 드레싱인지를 물었다. 아내를 사랑하는 총지배인 볼트의 이야기를 들은 손님들은 너도 나도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맛 때문에 그 드레싱을 찾은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 아름다운 이야기를 맛보고 싶어서 찾은 것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법이다. 우리 모두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고가 있어야 하고 사랑이 넘쳐나야 한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우리 삶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2011년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우리가 걸어온 길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나 혼자 생각해도 흐믓하고 감동스러운 이야기라면 그것을 듣는 사람들 역시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게 만들어줄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2012년 또 한 해를 선물로 주실 것이다. 이 일 년의 시간은 백지와도 같다. 우리가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가치와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성경은 그 백지위에 그려진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듣고 믿음과 용기를 얻고 있다. 요셉이 형들에게 보여준 용서와 관대함은 들어도, 들어도 감동이 되는 이야기이다. 어린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는 이야기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 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이야기들이 이렇게 성경에 기록될만한 이야기는 되지 못할지라도 가족을 감동시키고 이웃들을 감동시키는 이야기는 될 수 있다. 내년 한해 작지만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들이 우리 가정과 사회 안에 흘러넘쳐서 서로를 생각하면 미소를 짓게 하고 잔잔한 감동의 눈물을 흐르게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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