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준호 목사

 ‘큰일 났습니다. 맹장이 터졌습니다. 큰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 빨리 수술을 받으십시오’ 지난 11월29일 오전, 이틀간 오른쪽 아랫배가 조금 뻐근하게 아파 근육통인줄 알고 있다가 ‘아빠 맹장위치인데 병원한번 가보세요’하는 딸의 말에 아내와 함께 Family Dr한테 갔더니 CT촬영을 한 후 의사가 나에게 급하게 한 말입니다. ‘맹장이 터졌다니? 복막염이 되면 큰일이라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University Hospital Emergency로 걸어 들어갔고, 들어가는 순간 나는 환자복을 입고 닝겔이 꼽힌채 병상에 묶인 환자가 되었지요. 졸지에 자유를 박탈당했습니다.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채 ‘정말 큰일이네, 미국병원은 맹장수술만해도 3만불이 나온다는데..’ 수년전 매년 오르는 의료보험금이 부담이 되어 Cancel한 것도 후회가되고, 온종일 초조하고 지루한 마음을 하나님 말씀과 기도로 달래면서 지내고나니 저녁 늦게 수술팀이 들어와 하는 말, ‘당신이 가져온 CT를 관찰해본 결과 맹장은 이미 터졌고 이물질이 장에 튀어 장도 오염되고 부어있기 때문에 지금 수술하면 장을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 But, You are lucky! 당신은 열도 없고 통증도 더 이상 Spreading되지 않고 피검사에도 염증도가 전혀 없으니 좀 기다려보자, 수술은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지금 수술하면 큰 수술이니 이틀간 입원하여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기다려보고 괜찮으면 퇴원해서 두 주간 집에서 구강으로 항생제를 투약하고 장에 오염된 Virus가 깨끗하게 되면 그때가서 수술하자, 혹 항생제를 투여해서 터진 맹장이 깨끗하게 말라버릴 수만 있다면 수술 안할 수도 있다’ 할렐루야!

 ‘주님 수술 안하게 해주세요’ 병상에 누워 간절하게 기도하며 이틀을 지낸 후 퇴원했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같은 병상에서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고 찬양할 수 있는 주님이 계신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그리고 두 주간의 유예기간에 항생제를 복용하며 한국으로 갔습니다. 수술을해도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싸니까요. 한국의 삼성병원으로 가 다시 CT 촬영도 하고 확진을 했습니다. 하여, 의사 왈, ‘기적이네요. 터진 맹장에 Great Omentum(복막에 떠다니는 기름중 특별한 것)이 터진 맹장을 막고 장에 달라붙은 채 그냥 말라가고 있습니다. 수술 안해도 되겠습니다. 이런 분들이 혹 있지만 참 운이 좋으시네요..’ 그런 확진을 받고 수술 받으러 달려간 고국의 급한 여정을 오히려 여유있게 누리고 돌아왔습니다. 그때 고국은 북한의 김정일이 죽은 것을 거의 느낄수도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좋았습니다.

 각설하고, 미국의사들은 나를 Lucky라 하고, 한국의사들은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성경 91편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거하는 자는 전능하신 자의 그늘에 거하리로다, 내가 여호와를 가리켜 말하기를 저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요새요 나의 의뢰하는 하나님이라 하리니 이는 저가 너를 새 사냥꾼의 올무에서와 급한 염병에서 건지실 것임이라...’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시고 그분의 말씀은 일점일획 틀림이 없었습니다. 내안에 성령으로 내주하시는 살아계신 주님께서 내 맹장이 터지는 순간 마치 강재구소령이 부하가 잘못 던진 폭탄을 온몸을 던져 끌어안았듯이, 내 터진 맹장을 복막의 Great Omentum을 끌어다가 급히 덮으신 것이지요. 할렐루야!

 사람이 그런가봅니다. 지나고보니 ‘병원에 안가도 되는건데, 병원비만 큰 손해 봤구나...’ 그런 간사한 마음도 들지만, 한 해의 정점에서 그런 급박한 일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평소에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늘 정리하고 살아야겠다’는 것과, 또 하나는 지나온 한 해를 깊이 돌아보는 것이였지요.  한국에는 <오답노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틀린 수학문제를 왜 틀렸는지 검토하고 다시한번 풀어보는 용도의 노트인데, 참 좋은 공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틀린 문제를 다시 되짚어보면 실수의 패턴도 알 수 있고, 앞으로 같은 유형의 문제는 틀리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바둑의 복기(復碁)와 같은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참으로 어리석어서 상처를 입고 나서야 비로소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새해에는 절대 이러지 말아야지’ 결의로 다짐해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지요.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번 했던 실수를 다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학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오답노트>는 필요합니다. 새해에 다시 또 틀리지 않게 깨우쳐줄.... 그렇지만 오답노트를 적는다고 우리 새해에 더 이상 오답이 없겠습니까? 저도 멀쩡하던 맹장이 터질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맹장이 터져보니 알겠더군요. 인생은 어느 순간 추락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그때 누가 우리에게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오답많은 우리 인생에 답을 줄 수 있는 분은 주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님 만나면 다 해결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인생의 답이요, 역사의 대안입니다. ‘새해에는 사랑하는 내 이웃들이 다 <오답노트>의 답이신 예수님을 만나는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하면서 떠오르는 여명을 향해 다시 한 번 외쳐봅니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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