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모르기 때문에 허상을 깨우치지 못하는 것은 영어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어민 영어교육에 대하여 우리가 갖고 있는 절대적인 신뢰도 그런 면이 적용된다. 그에 대한 실질적인 예로 대학생들의 어학연수 케이스를 들어보기로 한다. 나는 어학연수를 통한 영어학습방법을 한 마디로 대단히 비싸지만 50% 정도에 불과한 임시적인 진통효과가 있는 진통제에 비유한다. 즉, 모든 사람의 경우는 아니지만 절대다수의 경우 어학연수의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바로 임시적인 50% 정도의 진통효과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우선, 어학연수를 제공하는 기관에는 선생님과 직원 몇 명을 제외하면 원어민이 없다.
(2) 어학연수생들은 모두가 영어를 배우기 위하여 모여든 똑 같은 입장의 (즉,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뿐이다.
(3) 또한, 대부분의 어학코스에서는 한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4) 결국, 똑같이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끼리 어학연수 기간 대부분의 시간을 어울리게 되는 것이다.
(5) 대부분의 어학연수 기관에서 제공하는 전형적인 영어수업의 구성이 초보자들의 언어습득과정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수업구성의 효율성 여부를 떠나 문법, 독해, 회화, 또는 쓰기 수업이든 영어로 수업을 듣는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재수가 좋으면 홈스테이나 룸메이트 등을 통하여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나마 50% 정도의 진통(학습)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100% 효과적인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는 견지에서는 아무리 해도 50% 이상 그 효과를 인정해주기는 정말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학연수 1년을 다녀와도 영어구사능력은 대다수의 경우 지극히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50%라고 하는 것은 같은 기간동안 한국에서 옹알이의 1단계와 2단계를 진행할 경우 습득할 수 있는 영어구사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정확한 수치를 내릴 수 있는 평가결과는 아니다. 다만, 그 동안 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간 많은 사람들 가운데 특히 가까이 잘 아는 여러 사람의 경우를 나름대로 면밀히 관찰해본 주관적인 평가이다.

굳이 객관적인 기준을 보자면, 일반적인 대학생이 한국에서 1년 동안 하루 평균 4-5시간 동안 생활영어 옹알이와 독해 옹알이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할 경우, 대부분 700-800 마디의 다양한 상황의 생활영어 표현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창하게 습득할 수 있다고 본다. 독해의 경우 200 페이지 분량의 영한대역서를 5권정도 읽을 수 있다고 본다. 700-800 마디의 다양한 생활영어 표현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사실상 뉴스나 영화 및 연설 등의 고급듣기가 아닌 일반 영어의 듣기와 말하기는 완전히 해결되는 수준이다. 또한, 영한대역서 5권정도를 읽고 나면, 대단한 독해력과 어휘력이 동반된다. 따라서, 고급수준의 듣기에 도전할 수 있는 단계가 되는 것이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것을 알 길이 없다.

반면, 내가 그 동안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한 바에 따르면 영어연수 1년 동안 습득하는 영어는 한국에서 옹알이로 습득할 수 있는 영어의 50%도 분명 못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영어 듣기능력도 아주 빈약하다. 독해와 어휘력은 더욱더 모자른다. 비근한 예로, 2년 동안 미국에서 어학코스 교육을 받은 사람이 나에게 한 말이 있다. “이제는 미국 사람들 만나도 주눅들지 않고 인사는 당당히 할 수 있다”라고.

한국에서 하루 4-5시간의 노력으로 1년이면 일반 영어의 듣기는 물론 말하기와 상당한 수준의 독해와 어휘력을 겸비할 수 있게된다. 토익의 리스닝부분은 문제될 것이 없다. 차세대 토플이 요구하는 구술능력에 충분한 수준이 될 수 있다. 어학연수가 모든 사람에게 이런 것은 아닐수도 있다. 개인에 따라 예외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예외적인 상황은 바로 개인별 준비상태와 노력의 정도에 따라 다른 것이다. 즉, 영어연수를 떠나기 전에 상당한 수준의 영어구사 능력을 익히고 떠난 사람들의 경우 영어연수의 효과는 50% 이상 70%, 80% 및 심지어 100%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학연수를 하려면 적어도 생활영어 정도의 수준은 완전히 습득하고 해야한다. 생활영어 수준의 영어를 습득하는 것은 BTM 1단계의 과정을 마치면 충분하다. 그렇게 준비가 되면 영어권 현지에서의 어학연수는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영어권 현지에서 영어를 활용한 적극적인 사회생활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생활영어를 배우기 위하여 어학연수를 간다면, 비싼 경비와 귀한 세월을 투자하여 1년 동안 기꺼이 해봤자 한국에서 3-4개월 옹알이 한 수준에도 전혀 못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준비없는 어학연수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열심히 옹알이하는 것의 절반도 이루지 못한다. 반면, 700-800 마디의 유창한 생활영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어학연수를 통하여 한층 높은 수준의 영어를 습득할 수 있게된다. 충분한 준비없는 어학연수는 절반의 영어도 건지기 어렵다. 이것이 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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