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교회 임동섭 목사)

 아내가 돈 벌러 가겠다고 조릅니다. 계속 말렸습니다. 알량한 목사라는 자존심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목회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분들에게 선포했습니다. 선포한 지 벌써 9년이 지나 10년이 되어갑니다. 그렇게 선포한 때가 바로 덴버에서 교회를 시작할 때였습니다.

 2002년 5월에 뉴멕시코 앨버커키 교회를 사임하고, 덴버에서 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앨버커키 교인 중에 한 분이 저에게 이렇게 권면하셨습니다. 자기 동생이 LA에서 목회를 하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 목사부부가 일하면서 목회한다면서, 덴버에서 목회하기가 LA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울 것 같으니 사모님이라도 일하셔야 할 것이라고 권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목사는 영혼을 살리는 영적인 의사이며, 영적인 면에 있어서 전문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개척 당시에 교회가 주는 사례비로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만약 일주일을 굶었는데도 먹을 것이 없으면 하나님이 목사로 부르시지 않았는데 제가 스스로 목사가 된 것으로 간주하고, 목사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돈벌이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002년 9월 9일에 ‘포근한 교회’를 세우고 이제 10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자립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아내는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을 수 없으면 목사가 돈을 벌어오든지 아니면 자기라도 나가서 돈을 벌겠다고 수차례 바가지(?)를 긁었습니다. 의사가 환자가 없다고 부업하는 것 보았느냐? 병원을 도저히 운영할 수 없으면 병원 문을 닫고 다른 직업을 갖지 않더냐? 하면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몇 년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은 적이 없으니 계속 목회에만 전념하자고 대답했습니다.

 2012년이 시작되자 아내가 일하러 가겠다고 다시 조릅니다. 더 이상 말릴 수 없어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환갑이 되는데 이제까지 조카들에게 제대로 용돈을 주지 못했습니다. 아니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 조카들이 서운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제대로 사례비를 받지 않고 부부가 돈벌이를 하지 않으면서 9년 이상을 먹고 지내온 것은 기적 중에 기적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후 대책(천국 가는)뿐만 아니라 노후 대책까지 준비해 두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면 왜 아내를 일하러 보냈느냐는 것입니다. 목회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성도님들이 땀 흘려 번 돈으로 하나님께 헌금하는 심정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위해서는 6일 동안 열심히 일하라고 성경은 가르칩니다. 목사가 주일에 예배드리는 사역만 인도한다면 6일 동안에 대해서는 직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니 에반스(Tony Evans)’ 목사님은 2002년도 한 해 동안에 ‘오크 클리프 바이블 펠로우십(Oak Cliff Bible Fellowship)' 교회를 통해 300명이 넘는 교인들에게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사업가이셨습니다. 제자들도 예수님을 따르기 전에 직업을 가졌던 분들이셨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대부분의 기적들은 성전이나 회당이 아니라 일터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자비량(Tent-making, 직업을 가진) 목회가 성경적인가? 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여러 곳에서 열렸다고 한국 기독교 신문들이 보도했습니다. 기사 제목들이 눈길을 끌어당깁니다. ‘자비량도 유급이다!’ ‘목사가 직업인가? 직분인가?’ ‘의사 목사는 되고 택시 기사 목사는 안 된다?’ ‘목사가 뭔데!’
다양한 성도님들에게 다양한 목회자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규모가 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교회에서 사례비를 충분히 받고 목회하시는 분도 귀하고,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 자비량으로 목회하는 분도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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