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기독교회 송병일 담임목사

 꼭 10년 전인 2002년에 저는 첫 번째 책을 출간하면서 제목을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라고 정했습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민 생활이지만 사연이 없는 교우 가정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겉만 가지고는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삶의 애환과 아픔들이 우리 이민자들에게는 있습니다. 말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이 아픔들은 같은 마음으로 다가서기 전까지는 조금의 격려도 위로도 되지 않습니다. 그 아픈 삶의 조각들을 어루만지고 소중히 대해주는 것이 교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지어 거실에 있는 탁자의 모서리도 어린아이들에게는 위험합니다. 그래서 모서리를 스폰지로 헝겊으로 싸매여 놓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바로 이런 어린아이들과 같습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를 입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힘들었고 지쳐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픈 삶의 조각들을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는 것이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코넬(Evan S. Connell, Jr.)이 지은 “브릿지 씨”(Mr. Bridge)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내게도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 이는 당신뿐이었소. 당신만이 내 영혼을 향해 위아래로 강한 빛을 비춰 주었소. 당신만이 나에게 나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해주었으니, 당신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난 나 자신을 안다 해도 그것은 내 그림자를 아는 것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오. 나는 벽면에서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보면서 그 환상이 실제 나의 행동인 것처럼 착각했을 것이오. 사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까지는 우리는 다 진정한 생명을 부여받지 못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소. 가장 진정한 자기처럼 보이는 모습조차도 모두 가장 희미한 꿈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이 책은 캔자스 시에 사는 어느 변호사 부부와 세 자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브릿지씨 가정은 남부러울 것이 없는 성공한 안정된 가정이었습니다. 분주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주변 이웃들로부터도 존경과 사랑을 받습니다. 좋은 학교를 다니고, 교회에서는 믿음있고 견실한 신앙인입니다. 그러나 가정 식구들 간에는 피상적인 말 이외에 어떤 깊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결혼 초기에 친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성공과 재산 축적에 매달려 살아오는 동안 그 친밀감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남편과 아내는 각자 자기 길을 가게 되었고 자녀들 역시 부모와는 아무런 상의 없이 자기들의 생각대로 살기 시작했습니다.“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까지는 가장 진정한 자기처럼 보이는 모습조차도 모두 가장 희미한 꿈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아내에게 들려주고 싶었지만 남편의 메시지는 종이에만 기록된 채 끝내 아내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아내 역시 남편이 얼마나 자기를 이해하고 싶어하며 또 얼마나 이해받기 원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사랑이 한창 피어나는 시기에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지 못했고 아내는 영영 남편의 마음의 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이 가정에 왔겠습니까? 세 자녀는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이 자랐지만 건전한 인간관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성장해서도 자기만의 세계에만 몰두하면서 누구와도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도저히 스스로를 인정못할 외로움에 빠져들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습니다. 마음과 마음과의 만남은 이 절실한 욕구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마음과의 만남은 많은 값을 치러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한번 상대방을 보는 것으로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서 몇 마디 들었다고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도 안됩니다. 그 사람이 어떤 환경, 어떤 부모밑에서 자라왔는지도 들어보아야 합니다. 오래된 마음의 상처는 없는가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상하게만 보이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면서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상대방을 모르는 것처럼 상대방도 나를 잘 알지 못합니다. 상대방이 당연히 이해해 주리라고 생각하고 한 말에 전혀 엉뚱한 대답을 듣고 또 그것이 마음에 상처로 남아서 친밀했던 관계를 더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왜 나를 모르겠습니까? 문제는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자신을 잘 알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내 행동을 이해하겠습니까?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다른 사람 핑계대지 말아야 합니다.문제는 바로 나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환경이나 분위기가 안 좋다는 것으로 피해나가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것은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우리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한번 왔다 가는 짧은 인생 속에서 진정으로 깊은 만남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한번 마음에 안든다고 쉽게 포기해서도 안됩니다. 어렵지만 한번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면 그 축복은 우리의 남은 평생을 행복과 감격으로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진정으로 귀기울여 줄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겸손하고 진지하게 알려야 합니다. 내 노력없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좋은 관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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