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바지가 왜 이렇게 줄었어?”

“그게 바지가 준 거야? 당신 뱃살 좀 봐!”
일요일, 늦잠 좀 자려던 A씨는 아내와 아이들의 성화에 나들이를 준비했다. 간만에 입어본 청바지, 헐렁했던 바지 단추가 잠기질 않았다. 팔다리는 되레 가늘어진 것 같은데 억지로 단추를 채웠더니 허리벨트 위로 삐져나온 ‘배둘레햄’이 한 움큼 잡혔다.

“어휴, 회사에서 당신 종일 앉아 있는 거 안 봐도 훤해. 운동은 조금도 안 하고…. 저녁만 먹으면 TV 앞에서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밤에 내가 덤빌까 봐 일부러 자는 척하는 건 아니에욧? 그게 남성 갱년기래!”
모처럼 남편 노릇 하려고 나들이길에 나섰는데 아내가 뱃살과 밤일ㆍ갱년기까지 들먹이며 태클을 거니 기분이 바닥이다.

성기능 장애환자를 치료할 때는 그 원인과 정도를 분석하면서 성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적·심리적 원인 요소들을 여러 검사와 상담을 통해 찾아낸다. 다만 굳이 그런 검사가 아니라도 사람의 일반적인 성기능은 여러 면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그 해답은 그 사람의 체형·체력·성격·인간관계 등에 있다. 우선 체형에 있어 특히 팔다리는 가는데 복부 비만, 가슴이 봉곳 솟은 여성형 유방, 너무 작은 고환 등은 적신호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식사만 하면 병든 닭처럼 조는 사람도 남성호르몬 저하의 또 다른 소견이다.

특히 복부비만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허리 둘레가 엉덩이 둘레의 90%를 넘으면 주의신호, 100%를 넘으면 심각한 위험신호다. 쉽게 확인하려면 그냥 알몸으로 똑바로 서 보면 된다. 서서 발끝을 내려다볼 때 튀어나온 뱃살 때문에 성기가 안 보이면 이는 정말 적신호다. 일반적인 허리 둘레로는 34~36인치를 돌파하면 성기능의 위험신호다.

A씨를 검사해 보니 복부비만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발기가 잘 되려면 혈류 순환이 원활해야 하는데, 성기의 혈류 순환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게다가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았는데, 복부비만은 일반비만보다 콜레스테롤이나 당뇨ㆍ고혈압에 더욱 안 좋다. 이른바 대사증후군(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여러 가지 성인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인해 비만의 온갖 찌꺼기가 혈류를 방해하고 혈관벽을 망쳐놓아 성기능이 떨어지고 장수하기도 힘들다.

우리보다 비만 인구가 더 많은 서구 사회를 보면 또 다른 심각성이 눈에 띈다. 실제로 복부비만으로 뱃살에 음경이 파묻혀서 실제 돌출된 음경의 크기가 훨씬 부족한 미국 환자를 많이 있다. 몸무게를 5㎏ 줄이면 성기가 1㎝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인디애나대 병원의 연구 결과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복부 비만은 남성호르몬 저하와도 관련되지만 남성의 발기와 여성의 분비에 반드시 필요한 혈관을 망쳐 놓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근본 이유다. 아울러 술과 담배에 찌든 채 운동조차 하지 않는다면 성기능이 좋을 리 없다. 간혹 “나는 워낙 근본이 강해아직 멀쩡하다”며 큰소리치는 사람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성격적으로는 소심하거나 예민함, 사소한 스트레스에 설사 등 과민성 대장 증상, 늘 찌푸린 인상, 다혈질인 사람들은 감정적 불안정에 쉽게 휩싸이고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불안정해 발기부전이나 조루가 많다. 특히 조루의 ‘조’ 자는 말 그대로 조급증의 ‘조’ 자와 같아 삶의 모든 패턴에서 속도에 집착한다. 운전할 때도 과속을 일삼고 밥 먹고 걷는 속도도 빠르며 늘 바쁘다. 반면 성 흥분의 극치감을 못 찾고 사정이 잘 되지 않는 지루 환자들은 과묵하거나 감정 억제가 심하고 강박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성생활은 결국 남녀의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인간관계의 능력이 드러난다. 유달리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라면 친밀관계에 서툴다. 발표하거나 노래를 부르려 무대에 서면 쉽게 낯부터 붉게 달아오르는 모습은 긴장감에 교감신경의 불안정이 심해 성반응이 억제된다.

 무엇보다 여러 성향 중 필자의 눈에 가장 한심한 모습은 남 탓하는 사람들이다. 아내가 이제 매력이 없네, 몸매가 망가졌네, 분위기가 안 받쳐 주네, 피곤하네 등 온갖 핑계를 늘어놓는다. 필자의 눈엔 그저 점점 쇠퇴하는 성기능을 의미할 뿐이다. 중년 남성 일부는 “복부비만에 웬 성기능 타령이냐. 그거 뭐 안 하고 살면 되지”라며 미뤄두기도 한다. 하지만 성생활을 잘 유지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보고가 많다. 활기찬 성생활과 건강을 오랫동안 지키고 싶다면 무엇보다 나의 배 둘레를 신경 써야 한다. 이미 복부비만 등으로 성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더 늦기 전에 남성호르몬ㆍ비만ㆍ혈관 문제를 적절히 관리해 성기능과 건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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