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의 절친과 도망가 애까지 낳아

‘남편의 절친이 잠시 집에 기거했고, 외롭던 아내는 그와 눈이 맞아 도망가서 애까지 낳고’. 막장 스토리지만 우리 주변에도 드물게는 이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 상대가 남편 절친일 수도 있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은 직장동료일 수도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필자 부부는 한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에 출연해 부부 문제의 전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포맷이 드라마이고 그 막바지 짧은 시간에 전후 관계를 설명하지 못한 채 핵심 솔루션만 던져야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필자 부부가 제시한 드라마 속 부부 갈등의 해법에 가끔은 화를 내는 시청자도 있다.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들은 더 잘못한 쪽에 ‘죽일 놈’이라 혼내며 카타르시스를 원하는데, 솔루션에선 상대적으로 덜 잘못한 배우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던질 때도 있으니 언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아내가 남편의 친구와 도망가 애까지 낳았는데 남편도 반성할 점이 있다고 말하니까 말이다.

 내용인즉 남편이 일에 파묻혀 살고, 가정에 무관심하고, 아내와의 인간 관계를 너무 무시했던 부분이 문제였던 것이다. 방송에서 다 말할 수 없었던 내용이지만 이처럼 부부 사이에 친구가 개입되는 사례를 두고 명심해야 할 내용도 있다. 최근 미국 코넬대와 시카고대의 공동 연구를 보면 관계 개입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드러난다. 해당 연구는 아내가 남편의 절친과 너무 친할 때 남편의 발기부전 가능성이 높다는 독특한 결과를 보고했다. 전혀 불륜 관계가 아닌데도 말이다. 또한 오르가슴 등 성흥분과 만족도도 떨어진다고 한다.
이 기이한 심리사회적 현상에 대해 학문적 해석은 남편의 절친과 아내 사이에 친밀 관계가 남편에게는 남성 심리의 근본인 독립성을 훼손시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남편의 절친이라는 점 때문에 남편은 의식적으로는 개의치 않으나 무의식적 갈등 수준이 깊어지고 아내에 대한 친밀감·애착감이 감퇴되는 것이다.
특히 해당 연구에서는 남성 성 심리에 많은 좌절을 겪는 50대에 실제 이런 관계 개입이 일어나면 그렇지 않는 경우에 비해 발기부전이 일어날 확률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원인 요소가 없는 경우에도 말이다.

 실제로 성기능이라는 것은 신체적 요소 외에 감정 등의 심리적 요소가 아주 많이 작용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문화에선 관계 개입의 문제에 있어 친구의 개입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수평 관계여야 할 부부 사이에 수직 관계가 개입하는 문제다. 부모가 부부 사이에 개입하거나, 자녀들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부부 사이만으로 볼 때는 가족을 빌미로 한 방해자의 개입과 같은 현상이 생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할지라도, 이보다 더 가까운 가족들이라 할지라도 부부 사이엔 명백한 방해자가 될 수 있다. 시부모의 지나친 개입, 다 큰 아이를 부부 사이에 끼고 자는 습관 등은 당장은 보기 좋을지 몰라도 부부 사이엔 명백한 독이다. 매정한 얘기 같지만 부부 사이에 방해요소를 적절히 차단하고 둘만의 시간과 관계 유지의 기회를 우선시하는 것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아이에게도 화목한 부모의 모습만큼 소중한 정서적 영양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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