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무 만족도는 기껏해야 50%!

 건강한 성생활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수없이 많다. 섹스가 심장발작 확률을 줄이고 상처의 치유를 빠르게 하며, 면역기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은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또한 활발한 성생활은 사람을 젊고 활기차게 할 뿐 아니라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한 번의 섹스가 소모하는 에너지가 30분 동안 달리기를 할 때나 테니스 한 게임을 칠 때보다 많다고 하니 성생활은 다이어트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렇듯 조화로운 성생활이 행복한 가정생활과 심신 건강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흔히 ‘부부간의 성’은 지루한 일이나 의무적인 행사의 대명사로 통하곤 한다. 부부간 성의 부조화를 견디다 못해 클리닉을 찾는 여성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성생활만큼은 흥미도, 느낌도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남편이 요구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응하기는 하지만 느낌이 없으니 만족이고 뭐고 다 싫다.”고 호소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이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다. 남편들이 삽입을 하기 전에 애무를 조금 더 오래 해주면 좋겠다는 정도다.

 성 상담을 위해 내원하는 여성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삽입 전 애무 행위의 만족도가 50% 정도밖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미뤄보아 많은 남편들이 애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분명하다. 애무 소홀히 하는 남자들, 도대체 왜? 

 여성들이 이토록 원하는 애무를 남성들이 소홀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 성 심리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듯하다.  원시 조상들은 남녀 모두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본능은 같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남성은 가능한 한 많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짝짓기를 시도했다. 그러니 성욕이 생기면 빠른 시간 내에 흥분에 도달하고 급히 정액을 사정하려는 행위, 즉 성기 자극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여성은 달랐다. 임신과 출산 자체가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은 데다 아이 기르기는 더욱 긴 세월이 소요되는 큰 문제였다. 임신을 하기 전, 생존 가능성이 높은 훌륭한 유전자인지를 살펴야 했고, 상대방인 남성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기간 동안 자신과 아이를 보살펴줄 만큼 역량 있고 믿음직스러운지 알아야 했다. 자신에게 헌신할 믿을 만한 남성을 고르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애무 행위였다. 

 가전제품 매뉴얼처럼 애무는 흥분 못 시켜
그렇다고 현대 남성들이 성 진화 심리학 운운하며 애무를 소홀히 하다가는 가정 파탄을 맞기에 딱 알맞다. 40대 후반의 주부 황 모 씨는 병원 상담실에 와서까지 눈을 부릅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성에 소극적인데다 반응도 느린 것은 인정합니다. 남편이 요구할 때 마지못해 하는 측면도 있어요. 그렇지만 옷만 벗으면 성의 없이 몇 군데 주무르다 삽입에 급급한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제가 남자의 배설물이나 받아내는 쓰레기통입니까?”  아내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남편도 얼굴을 붉히며 맞받아쳤다.

 “내가 처음부터 그랬냐고! 결혼 초 몇 년간 열심히 애무해 주어도 당신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잖아. 나도 지쳤어. 당신은 잠자리를 싫어하고 나도 힘드니 빨리 사정하고 끝내는 수밖에!”  이 부부의 결혼 초 몇 년간 성생활을 들어보았더니 아내에게 애무를 열심히 했다는 남편의 말은 사실이었다. 남편은 당시 순서를 정해놓고 애무를 했다고 한다.

 애무에 대한 반응도 그때마다 달라 뚜렷한 공식이 없다. 이를 두고 어떤 성의학자는 남녀의 성을 신구식 라디오의 버튼에 비유하기도 한다. 남성의 성 반응은 라디오의 버튼이 한 개뿐인 구식이어서 한곳만 누르면 바로 소리가 나지만, 여성의 성 반응은 버튼이 여러 개인 최신식인 데다 그 많은 버튼조차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것을 눌러야 소리가 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남편처럼 가전제품 매뉴얼 펼치듯 정해진 순서대로 애무해서는 아내를 흥분시킬 수 없다.

 남편들이여, 사랑으로 애무하라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불만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의무감과 노력과 봉사가 아닌 사랑의 마음을 담고 전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혼 초 좋았던 감정을 돌이켜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아내가 어루만질 때 자신이 얼마나 흥분되고 기뻤는지를 알게 된다. 아내도 애무를 받으면서 남편과 얼마나 교감을 나누었는지를 떠올리면 행복호르몬이 나올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