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송년회 시즌이 다가왔다. 부서 회식, 거래처 접대, 학교 동창회 등 모임이 있는 자리마다 빠지지 않는 게 술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기 마련이다. 건강을 위해 이번 연말에는 웰빙 음주수칙을 지켜보면 어떨까.

송년회 전날엔 숙면을 취해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둬야 한다. 저녁 식사는 반드시 챙겨 먹는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성균관대의대 외래교수)은 “빈속에 술을 먹느냐, 위장에 음식이 있느냐에 따라 혈중 알코올 농도가 3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빈속에 맥주 한 병 먹는 것과 식사 후 맥주 3병 먹는 게 비슷하다는 얘기다. 1차부터 술잔이 도는 분위기라면, 편의점에서 우유와 계란이라도 챙겨 먹고 ‘전투’에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술 마시기 전 위벽을 보호하거나 숙취를 막기 위해 숙취해소 음료를 마시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고 조언한다. 두주불사형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알코올이 몸에 끼치는 해악은 알코올 양에 비례한다. 조금만 마셔도 빨리 취해 주당이 못된 사람이 오히려 유리하다. 술 마시는 속도가 중요하다. 정답은 ‘천천히, 길게’다. 몸에서 알코올을 분해 처리하는 ‘짐’을 한꺼번에 지워주는 것보다 조금씩 나눠 지워주는 것이 좋다.
원샷이나 술잔 돌리기는 건강에 해롭다. 술 한 모금에 물 한 컵씩 먹는 것도 방법이다. 술을 희석시켜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므로 술을 덜 마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안주는 생선회처럼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고른다. 채소, 과일류도 좋다.

독한 술은 되도록 냉수와 함께 희석해서 마신다. 레몬폭탄주를 즐긴다는 박 원장은“레몬에 함유된 비타민이 알코올 대사를 돕기 때문에 숙취가 덜 생긴다.”고 말한다. 뱃살이 걱정된다면 양주와 탄산수를 섞은 폭탄주를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폭탄주 예찬론’을 펴는 주당들이 적지 않다. 맥주는 취하지도 않으면서 뱃살이 나오고, 양주 같은 독주는 어느 순간 혈중 알코올 농도가 확 올라간다. 반면 폭탄주를 ‘깔짝깔짝’ 마시는 게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주종보다 주량이다. ‘무사귀환’하려면 주량을 줄이는 게 최선의 길이다.

건강음주는 하루 알코올 30g, 즉 소주 3잔이나 맥주 3잔이 적정량이다. 하루 70g 이상, 즉 소주 한 병씩 매일 먹으면 간경화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시간당 7~10g으로, 체중 60kg인 사람이 맥주 1병(500㎖)을 마시는 경우 대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이다. 소주 1병(360㎖)을 마신 경우 모두 산화되는 데 약 13시간이 소비된다. 음주 후 72시간이 지나야 간이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많이 마실 경우 2~3일간 ‘휴간일’이 필요한 이유다. 송년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질 때가 많다. 술을 자꾸 권하는 상사와는 멀찌감치 떨어져 앉거나, 휴대폰 핑계를 대고 화장실을 드나들고, 노래방에선 탬버린을 두드리며 노는 척 하면서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나이트클럽에서 격렬하게 춤을 추는 것도 술 깨는 데 도움이 된다.

최 교수는 “숙취를 풀기 위해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가는 이들이 있다.”며 “오히려 탈수를 일으켜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운동 역시 좋지 않다. 술을 마시면 라면이나 야식을 챙겨 먹는 이들이 있다. 뱃살이 나오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술은 고열량 식품이다. 소주 1병은 500~600Kcal에 해당하는 칼로리를 낸다. 당뇨병 환자의 1끼 식사에 해당하는 열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여성은 남성의 2분의 1 정도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 다이어트 중인 여성은 절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술은 숙면을 방해하지만, 무조건 집에 들어가 푹 자는 게 건강을 위한 길이다. 술 마신 다음날 아침은 속이 아무리 뒤집어져도 무조건 챙겨 먹는다. 콩나물국, 북어국 등이 좋다. 꿀물도 숙취 해소에 좋다. 물은 평소보다 많이 먹어 탈수가 되지 않도록 한다. 술이 어느 정도 깨면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는 게 도움이 된다. 가벼운 운동을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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