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아버님이 유선 라디오를 설치하셨습니다. 정읍 읍내 라디오방송 중계소에서 우리 집 스피커까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스피커(라디오)에는 스위치가 하나 있었는데, ‘Off’에 놓으면 꺼지고, ‘1’에 놓으면 작은 소리, ‘2’에 놓으면 중간 소리, ‘3’에 놓으면 큰 소리가 났습니다. 오직 KBS 방송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최 선생님이 하숙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신형 트랜지스터라디오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 라디오는 여러 방송을 들을 수 있었고 들고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최 선생님이 학교에 출근하시면 누님들이 밭에서 일하실 때 트랜지스터라디오를 들고 가셔서 듣고, 최 선생님이 퇴근하시는 모습을 보면 누님은 라디오를 얼른 선생님 방에 갖다 놓곤 하였습니다.

 저희 집도 경제사정이 조금 나아지면서 트랜지스터라디오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선 라디오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경제사정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선택의 폭도 점점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돈만 많이 벌면 무엇이든지 살 수 있고 그런 자유를 누리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흑백 TV를 보았습니다. 그 당시 TV 방속국은 3개였습니다. 세계 챔피언 프로복싱 중계방송이라도 있는 날은 모두 TV 앞에 모여 함께 시청했습니다. 다음 날 모든 화제는 복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시청하지 못한 사람은 대화에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케이블이 설치된 TV는 채널이 100개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방송까지 합하면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프로만 시청하기 때문에 다음 날 같은 화제가 드물어습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그 많은 방송 중에서 하나만 시청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기만 합니다. 가장 관심이 있는 방송을 시청하면서도 다른 방송에서는 무엇을 방영하는 지 궁금합니다. 또한 그 많은 방송 중에서 하나만을 시청한다는 것이 그다지 큰 기대감을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깨우친 것이 있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많아지므로 자연스럽게 행복감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했었으나, 돈을 어느 정도 이상 벌면 오히려 행복감이 감소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행복감에 대한 실험을 하고 TV 방송에서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월수입이 증가하면 행복감도 증가하다가 400만원이 넘어서면 오히려 조금씩 감소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끝내고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하숙을 했습니다. 같은 집에 하숙하는 한 학생이 샴푸로 머리를 감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비누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면 편한데, 샴푸로 머리 감고 세수할 때는 비누를 사용하는 것은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샴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그 학생의 샴푸를 한 번 사용해 보았는데, 거품도 잘 나고 냄새도 좋았습니다. 지금은 저도 샴푸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제가 샴푸를 산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아내가 사왔습니다. 만약 제가 샴푸를 산다면 그 많은 샴푸 중에서 어떤 샴푸를 선택할 지 고심할 것입니다.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기도 하지만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 성경 디모데전서 6장 9절에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지 나니......” 라고 말씀하고 있으며, 잠언 28장 20절에 “충성된 자는 복이 많아도 속히 부하고자 하는 자는 형벌을 면치 못하리라!”라는 말씀도 있습니다. 부자가 되면 행복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에너지를 낭비하기 보다는 성실하게 일하면서 행복을 누리시기를 성도님들께 권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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