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땀’ 흘리면 ‘금실’이 두 배

부부는 합법적으로 상대의 섹스 파트너 자격을 얻게 된다. 사실 뭐니뭐니 해도 결혼이란 결국 두 사람이 섹스를 해도 좋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고 허락을 받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섹스는 그 어떤 행위보다도 부부의 사랑을 더욱 굳게 지켜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여기서 섹스는 단지 성기삽입 성행위뿐 아니라 눈빛을 교환하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잡고, 포옹하고 터치하는 모든 사랑의 행위가 다 포함된다. 나이가 들수록 삽입섹스의 중요성보다는 터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섹스가 가져다 주는 정서적인 위안 때문이기도 하다.

  섹스를 자주 하는 부부는 대개 사이가 좋고, 서로에 대해 친밀감이 높다. 또 섹스를 자주하는 부부는 그렇지 않은 부부에 비해 훨씬 더 젊어 보인다(남자의 경우 10.8년이나 젊어 보인다고 한다). 심지어 섹스는 면역력을 향상시켜 어떤 면에서는 웬만한 보약보다 낫다는 게 현대 성학(性學)의 정설이다.

  섹스는 웬만한 보약보다 나아
  그럼에도 부부간의 섹스가 오히려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부부간의 성욕에 차이가 날 때, 한 사람은 더하고 싶은데 다른 한 사람은 그러고 싶지 않을 때, 어쨌든 한 사람이 양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때마다 늘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양보하다 보면 화가 나고 억울하고 짜증이 생기며 심한 경우는 거칠어지기도 한다. 대개 남편들의 불만이 높지만 아내들도 섹스리스에 대해 불만스러워하거나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성욕을 부추기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여자보다 남자가 월등한 관계로 남자는 여자보다 더 자주 성충동을 느낀다(꼭 호르몬의 영향만은 아니겠지만).

 그런데 여자들도 역시 꼭 남성 호르몬이 부족해서 섹스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자에겐 남자보다 더 많은 상황이 영향을 미친다. 섹스를 하기 불안한 분위기, 임신에 대한 불안, 육아로 인한 피곤함, 출산 후 성욕 저하, 질액이 잘 나오지 않아 섹스가 힘들어진 경우, 폐경 이후 등등이 그런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여자들이 섹스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다는 거다. 남자들은 놀라겠지만 여자들은 자신의 성기를 잘 살펴본 경우도 드물 뿐 아니라 자위행위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위행위는 성욕을 해소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성감을 개발하는 좋은 연습이기도 한데, 여자들은 대개 자위행위를 ‘남자가 하는 것보다 더 몹쓸 짓’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섹스를 자연스러운 욕구의 발산이며,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뭔가 음탕하고 밝히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기를 낳고 난 후의 섹스는 그런 혐의를 더 많이 뒤집어쓰게 된다.

   여자들이 질경련으로 삽입이 안 되어 섹스를 못하는 경우에는 상담하러 오기도 하지만(아기를 못 낳으니까),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경우에는 상담하기를 꺼리는 것(이것은 자신의 성감에 대한 문제이므로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될까봐)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두번째로 큰 이유는 남편들이 섹스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즐겁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으며 힘만 드는 섹스를 해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섹스가 정말 멋진 감각적 경험이라는 것을 알면, 섹스를 통해 얼마나 즐거운 쾌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섹스 후의 그 충족감, 온전한 ‘한 팀’이 된 느낌을 안다면 여자들도 좀 더 자주 섹스 할 기회를 만들어보려 할 것이라 생각된다.

 ‘횟수’로 갈등 생기면 서로 양보를
  그러므로 부부간에 섹스 횟수로 인한 분쟁이 생기면 일단 그 횟수를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양보하는 것이다. 한 사람은 일주일에 다섯번 하고 싶은데, 한 사람은 열흘에 한번 하고 싶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두번은 하고, 모자라는 횟수에 대해서는 자위행위를 할 때 좀 도와주는 식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명심할 것은 섹스를 할 때 한 사람만 애쓰는 것이 아니라 둘이 같이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덜 힘들고 훨씬 즐겁다. 남편은 아무래도 성적인 행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아내가 그 역할을 간간이라도 맡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남편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좀 더 멋지게 아내를 성적 흥분으로 이끌 수 있도록 충분한 애무를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평상시에 아내를 위한 배려를 많이 함으로써(설거지하는 남편이 얼마나 섹시한지 아는가?) 조금만 노력하고도 금방 아내가 흥분할 수 있도록,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아내로서도, 아니 성욕이 아내만 못한 남편으로서도 자기가 정 하기 싫더라도 내 평생의 파트너가 그렇게 원한다는데 상대가 만족하도록 최소한의 정성만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다만 그것이 최소한이라는 것을 들켜서는 안될 일이다). 모쪼록 ‘몸이 잘 통해야’ 마음도 잘 통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배정원 행복한 성문화센터 소장·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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