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에너지 소비량 적어 생활 속 활동량 늘리는게 중요
밥 조금씩 자주 먹게 하면 몸에 지방 더 많이 쌓여
잠 줄이면 호르몬 균형 깨져 과식으로 살 찔 위험 높아져

가정주부 김모(38·서울 영등포구)씨는 작년 여름방학 때 과체중인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기숙학원에 보냈다. 공부 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살도 빠져서 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체중이 7kg이나 늘어서 돌아왔다.

여름방학이 되면 느슨해지는 생활 속에 자칫 자녀가 비만이 되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믿고 그대로 시키면 오히려 더 찔 수도 있다. 아동 비만에 대한 오해를 풀어본다.

◇식사: '조금씩 자주' 살 더 찐다

여름방학 때는 학기중보다 조금씩 자주 먹게 될 기회가 많다. 하지만 음식은 제 때, 정량을, 규칙적으로 먹어야 비만을 막을 수 있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팀이 초등학생 1504명을 분석했더니, 같은 양의 음식을 자주 나눠 먹는 아이가 세 번에 나눠 먹는 아이보다 비만 위험이 높았다. 이는 음식을 자주 먹으면 그 때마다 분비되는 인슐린 때문에 지방이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고 몸에 쌓이기 때문이다. 또, 식사량이 적어도 자주 먹으면 하루 종일 배가 고프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세 끼 식사를 멀리하고 간식을 입에 달고 지내게 된다. 박 교수는 "조금씩 자주 먹으면 과자나 청량음료 같은 칼로리 높은 음식을 주로 찾게 된다"며 "이는 비만 유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수면: 잠 적게 재워도 살 안 빠져

잠을 적게 자면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서 살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역시 사실이 아니다. 학교에 일찍 가지 않아도 되는 방학 중이라고 해도 자녀를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고, 충분히 재워야 한다. 미국국립수면재단이 권하는 초등학생(8~12세) 적정 수면시간은 9시간 이상이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팀이 초등학생 1000명의 수면시간과 비만관계를 분석했더니, 주당 한 시간 더 잘 수록 비만 위험이 30%씩 줄었다. 과체중 아동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8시간30분)은 정상체중 아동(8시간48분)보다 짧았다. 이는 일주일로 치면 두 시간 차이가 나는 셈이다. 박 교수는 "배가 고프면 식욕촉진 호르몬이 나와서 음식을 먹게 하고, 배가 부르면 식욕억제 호르몬이 분비돼 식사를 멈추게 한다"며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이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서 과식하거나 하루 종일 음식을 입에 달고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밤 늦게까지 텔레비젼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습관도 줄여야 한다"며 "반드시 불을 끄고 조용한 환경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 힘든 운동, 비만해 질 수도

태권도, 수영, 테니스 등 여러가지 운동을 집중적으로 시킨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고 운동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운동으로 소모시키는 에너지가 부모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비만 아동이 살을 빼려고 운동 강도를 너무 높이면 스트레스가 생기면서 식욕이 더 왕성해져서 음식을 많이 먹게 될 위험이 높다.

방학 동안 집중적인 운동을 하더라도 계단 오르기, 걷기, 자전거타기, 줄넘기 등 생활 속 활동량을 늘려야 살이 빠진다.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강지현 교수는 "생활 속 활동량을 늘리고 쉬운 운동을 꾸준히 하면 엔돌핀과 식욕억제 호르몬이 분비된다"며 "성장기 아동은 먹는 양을 줄이거나 과도한 운동을 시키기보다 일상 생활 중의 활동량을 늘려서 비만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의 비만을 막으려면 아침에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방학 중이라도 일찍 자게 해야 한다. 수면시간이 짧은 어린이일수록 과체중인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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