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메트로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자녀들이 핫 런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부모들은 자녀가 어떤 음료수를 선택하는지 눈여겨 봐야 한다. 아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집는 초콜렛 우유나 과일 주스류, 청량음료 등이 사실은 수십년간 계속 심화되어 오고 있는 미국인의 비만 현상을 그대로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흰우유의 경우 1온스당 들어있는 설탕의 양은 1.4 그램이다. 그러나 다른 음료수를 살펴보면 초콜렛 우유는 3.1, 사과 주스는 3.2, 콜라와 레드불은 각각 3.3그램의 설탕을 함유하고 있어 흰 우유보다 두배 이상 높은 설탕 함유량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급증하고 있는 아동 비만에 경각심을 가진 콜로라도의 일부 학교들은 이미 초콜렛 우유나 딸기 우유와 같은 인공향과 맛이 첨가된 우유를 학교 냉장고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볼더 공립학군의 모든 학교에서는 초콜렛 우유 급식을 금지했다. 올해 볼더 학군의 급식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명망있는 쉐프인 앤 쿠퍼는 초콜렛 우유 뿐만 아니라, 하이 프록토스 콘시럽이 들어간 음식과 가공 식품류도 모두 학교 급식 메뉴에서 배제해 아이들이 건강식에 익숙해지도록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쿠퍼는 8온스짜리 네스퀵 초콜렛 우유 한병에 들어있는 설탕의 양이 29그램이나 된다며 아이들은 필요이상의 설탕을 이미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설탕을 섭취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볼더 학군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흰 우유나 물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집에서 직접 음료수를 싸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들의 움직임에 대해, “초콜렛 우유를 달라고 손을 들라”는 캠페인을 전개해오던 낙농업계는 못마땅함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초콜렛 우유 안에는 흰 우유와 마찬가지로 설탕 외에도 비타민 D나 칼슘, 각종 다른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다며 학부모들에게 만약 초콜렛 우유가 학교 급식 목록에서 빠졌다면 학교측에 당당히 요구하라며 부추기고 있다.

낙농업계는 또한 미국 성인의 50%와 10대 청소년의 30%가 비타민 D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초콜렛 우유를 비만의 주범으로 모는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심장 질환, 유방암 등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낙농업계와 마찬가지로 학생들 역시 초콜렛 우유의 퇴출이 반갑지만은 않다. 학교에서 소비되는 우유의 70%가 초콜렛과 딸기 등 인공향미가 가미된 우유이다. 흰 우유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초콜렛 우유가 사라지면서, 학생들은 흰우유를 마시는 대신 설탕이 더 많이 들어간 과일 주스류와 스포츠 드링크류를 집에서 들고 와 마시고 있다.

흰 우유와 초콜렛 우유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우유의 설탕 함량을 놓고 비만 여부를 왈가왈부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더 많은 운동을 시키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며 일침을 놓고 있다.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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