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밤(추석)입니다. 휘영청 보름달이 하늘가에 두둥실 떠 있는 저 별천지에서 이 어수선하고 가년스러운 인간세상을 너그러이 굽어보는 달빛이기에, 어릴 적 ‘달아 달아 밝은 달아’라고 노래하며 우러르던 그 달빛 그대로이기에, 깡통에 못 구멍을 내어 줄에 매달고 ‘휘여 휘여’하며 개불놀이를 던지던 그 달빛 공간이기에, 못내 정겹기만 하고 그래서 한가슴 뿌듯이 그 달빛을 안아 보지만, 이 밤도 아픔에 잠 못 이루는 그리운 사람 생각에 마음이 아려옵니다.
  수년전 아내와 함께 러시아 모스코바의 선교현장에 갔다가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온 열차를 밤새 타고 러시아의 구 수도 ‘쌩트 베째르부르크’(Saint Petersberg)에 있는 겨울궁전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가는 길에 <푸시킨>의 동상이 있더군요. 그는 이런 유명한 詩를 남겼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리면 그리움이 되리니...’ 오늘의 이 아픔도 잠시 후에는 그리움으로 남겠지요. 달 빛 너머 주님 나라를 바라보며 다시 소망을 가져보지만, 저는 여전히 목이 마릅니다.
  구약 성경 아모스서에서 <아모스 선지자>는 이렇게 예언합니다. ‘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보라 날이 이를지라 내가 기근을 땅에 보내리니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라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 사람이 이 바다에서 저 바다까지, 북에서 동까지 비틀거리며 여호와의 말씀을 구하려고 달려 왕래하되 얻지 못하리니 그 날에 아름다운 처녀와 젊은 남자가 다 갈하여 피곤하리라.’(암8:11) 시대가 저를 목마르게 합니다.
  소통이 저를 목마르게 합니다. 세월이 저를 목마르게 합니다. 진리에 목마릅니다. 용서에 목마릅니다. 활짝 웃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저는 목이 마릅니다.
  정말 목마른 여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사마리아라는 마을에 살았습니다. 어느날 그날도 쾌락과 나태의 흔적을 몸에 가득히 품고 느즈막이 낮 12시에 우물가로 물을 길러 나옵니다. 게으름 때문인지, 여섯째 남편과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하여튼 중동에서 남들 다 낮 잠 자는 시간, 제일 뜨거운 시간에 그 여인은 물을 길러 나옵니다.
  안정된 가정, 행복한 보금자리, 건강한 삶, 뭔가 인생의 만족을 찾아 남편을 여섯까지 만나며 무던히도 애썻던 여인이지요. 바로 이 세상에서 인생의 참 행복을 찾아보려고 수없이 방황하고 추구하고 그러다가 지치고 낡아빠진 우리 인생을 상징하고 있는 여인입니다. 그 목마른 인생을 향해 사마리아 우물가를 찾아오신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합니다. ‘지금 있는 네 남편도 네 남편이 아니니라...’(요4:18) 세상의 것들은 가져도 가져도 채워지지 않습니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것이 세상 것들의 정체입니다. 냉장고도 하나가지고 안됩니다. TV도 하나로는 안됩니다. 자동차도 하나 가지고는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자꾸자꾸 소유만 쌓여가고 나의 존재는 사라집니다. 마치 여름 바닷가의 마른 모래를 한줌 쥐었다가 손을 펼 때 남는 것 하나도 없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듯이 결국 빈손으로 갈 터인데 말이지요. 지금 우리가 가진 것도 사실은 내 것이 아닙니다.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은 또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 물을 먹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이 미국 대통령이였던 John F. Kennedy가 만난 후 ‘나는 이제 정치를 그만두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극찬했던 배우 <마리린 몬로>는 ‘나는 돈과 미모와 대 저택과 모든 사람의 인기를 다 가지고 있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고독과 슬픔뿐이다’라는 유서를 남겨놓고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왜 사람은 가져도 가져도 갈증만 더해가는 걸까? 그것은 바로 사람이 영적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사람은 동물과 달리 영혼이라는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역은 세상 것들로 채울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말씀합니다. ‘내가 주는 물을 먹는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여인이 물동이를 내려놓고 급히 말합니다. ‘주여 이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 그 사마리아 여인의 갈라터졌던 영혼의 땅에 은혜의 단비가 쏟아집니다. 그 메말랐던 마음속에 영원토록 목마르지 않은 영원한 샘물이 솟아납니다. 그리스도 예수 를 만났기 때문이지요.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도 목마른 자들을 초청하십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요7:37-38) 이 한가위의 고고한 달 빛 아래서 조용히 기도해봅니다. ‘주여 내게도 이런 물을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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