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영양제 함부로 먹었다간 폐암 걸려

남에게 좋은 비타민이 나에겐 독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춰 영양소를 확인한 뒤복용한다. 김성우(가명·45·사업)씨는 기러기 아빠다. 끼니를 잘 거르고 신선한 채소·과일을 먹기 쉽지 않은 탓에 항상 건강을 걱정한다. 그러다 보니 유별나게 건강기능식품을 챙긴다. 지난 설 명절 때는 종합비타민과 항산화비타민 선물이 많이 들어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통이 생기고 메스꺼움이 심했다. 피부는 거칠어지고 머리카락도 눈에 띄게 부스러졌다. 가정의학과를 찾은 결과, ‘건강기능식품 섭취 과다’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건강기능식품마다 함유된 마그네슘이 일일 섭취량을 초과해 두통과 위장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셀레늄도 과다 복용해 피부 장벽이 무너졌다. 특히 흡연자에겐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베타카로틴(비타민 A의 전구체)까지 복용하고 있어 큰일 날 뻔했다.

명절에 무심코 주고받은 건강기능식품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차병원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이기호(가정의학과) 교수는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은 없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사람에겐 약과 같은 효과를 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독처럼 작용할 수 있다. 음식의 유효한 성분만 추려낸 건강기능식품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바르게 먹는 법을 소개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셀레늄은 독

건강기능식품을 먹기 전에 자신에게 어떤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건기식이라도 특정 질병에서는 독성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환자를 들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주로 고령이다 보니 관절염을 함께 앓는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글루코사민을 많이 드시는데, 원료가 당 성분이라서 혈당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연·셀레늄·오메가-3도 혈당을 올려 주의해야 한다. 홍삼제품은 더욱 그렇다.

목동아이누리한의원 강문여 원장은 “홍삼 자체도 당 성분이 많을 뿐더러 최근엔 쓴맛을 없애기 위해 과당 등을 첨가한 제품이 많다. 홍삼 원액만 개별적으로 달여 먹던지 혈당이 올라가는 걸 확인해가며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상선항진증 환자도 요주의 대상이다. 셀레늄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건기식으로 피부미용에 신경 쓰는 40~50대 주부에게 인기다. 이 교수는 “셀레늄이 갑상선 기능을 항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항진증 환자가 무심코 셀레늄 제제를 먹다가 질병이 악화돼 병원으로 오는 여성이 간혹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인 사람은 콩(대두) 추출물을 조심한다. 고용량 섭취 시 갑상선 기능을 악화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흡연자가 베타카로틴 복용하면 폐암 유발 가능

두통과 설사에 시달리는 사람은 마그네슘 섭취에 유의한다. 이 과장은 “지방분해를 돕고 피로를 해소하는 작용을 하지만 뇌혈관 확장을 도와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변을 무르게 하는 효과도 있어 설사에 시달리는 사람도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혈이 우려되는 사람은 피를 묽게 하는 건기식은 먹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오메가-3 지방산·달맞이꽃 종자유·아마씨유·은행나무잎 추출물 등이다. 김경수 교수는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에겐 좋을지 몰라도 혈관 등의 수술 직후에는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풍환자는 나이아신(에너지·활력 증진) 제품은 피한다. 통풍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비타민 C도 통풍 환자의 요산을 증가시킬 수 있어 500㎎~1000㎎ 이상 고용량 제품을 받았을 땐 전문의와 상담 뒤 복용한다. 요로결석이 있는 사람도 비타민 C가 결석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어 아예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한편 임신부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비타민 A(베타카로틴)를 따로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비타민A는 임신부에겐 태아 기형을, 비타민A의 전구물질(비타민A 대사 전 단계 물질)인 베타카로틴은 흡연자에게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종합비타민류에 들어 있으므로 고용량으로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복용한다.

 

아스피린 복용 땐 은행나무 추출물 삼가야

복용하는 약 때문에 피해야 할 건기식도 있다.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많은 사람이 복용하고 있다. 오메가-3지방산·달맞이꽃종자유·은행나무 추출물·아마씨유 등은 아스피린과 효능이 겹친다. 혈액을 너무 묽게 해 출혈 위험이 있으므로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한다. 와파린(뇌출혈 수술 후 주로 복용) 복용 시 비타민 K는 절대 섭취하지 않는다. 혈액 응고를 돕는 역할을 해 와파린의 약효를 상쇄시킬 수 있다.

알로에는 배변활동과 피부미용을 돕는 효능으로 많은 사람이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체내 칼륨을 배출시키므로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함께 복용하지 않는다. 그 밖에 고혈압 약을 먹는 경우엔 요오드·칼륨 성분을 따로 섭취하지 않도록 하고, 면역억제제를 먹는 사람은 클로렐라·스피루리나 제품을 먹지 않도록 한다. 클로렐라와 스피루리나는 면역을 높이는 역할을 해 약 효과를 상쇄시킨다.

 

홍삼·비타민 B군 저녁에 먹으면 숙면 방해

대부분 영양제는 식후 30분 정도에 섭취하면 좋다. 예컨대 칼슘은 식사 뒤 위산이 분비될 때 흡수율이 가장 좋다. 오메가-3·달맞이꽂 종자유·스쿠알렌·초록잎홍합·루테인·지용성비타민(A·D·E·K)도 식후에 섭취한다. 특성상 기름기가 있어야 흡수가 잘 된다. 공복에 섭취해야 좋은 건기식도 있다. 비타민 B12·엽산·철분·유산균·프락토올리고당은 음식물이 없을 때 흡수율이 높다. 식사 약 네 시간 후 섭취하면 좋다.

아침에 먹어야 좋은 건기식도 있다. 이기호 교수는 “홍삼·코엔자임Q10·비타민 B군 복합체 등은 대사를 증진시키기 때문에 아침에 복용하면 효과가 가장 좋다. 이들 제품을 저녁에 섭취하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비타민 C는 위산을 자극하므로 이른 오전보다는 음식물이 적당히 들어가고 활성산소가 나오기 시작하는 오후에 섭취한다. 오메가-3지방산·달맞이꽃 종자유와 같은 불포화지방산, 글루코사민은 탄소사슬이 길어 소화작용이 활발한 점심 이후에 섭취하면 좋다. 저녁에 섭취하면 좋은 제품도 있다. 녹차추 출물(기억력 개선·항산화), 마그네슘(지방분해·피로해소) 등은 몸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자기 전에 섭취하면 좋다. 칼륨은 소변을 자주 마렵게 하므로 잠자기 전에는 섭취하지 않는다.

한편 아이는 어른 것을 먹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기호 교수는 “어른 영양제에는 아이에게 전혀 필요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영양소도 꽤 들어 있다”고 말했다. 어른 종합영양제의 비타민 A 같은 성분을 과량 섭취하면 식욕이 떨어지고 간 손상이 온다. 칼슘 역시 어른용을 먹다가 설사나 구토 증세가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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