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많이 하다 보면 수강생들에 따라 강의 스타일을 달리 해야 하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른바 ‘눈높이 교육’이라 할까? 주로 성인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다 보니 수강생이 대학생, 직장인, 교사, 학부모, 성교육 전문가, 의사, 주부, 노인, 심지어 성희롱 가해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이들의 소속이나 주거지, 직업에 따라 강의 태도나 어법에 변화를 줘야 더욱 효과적이다.

일례로 수강생의 소재지에 따라 강의 반응이 전혀 다르다. 전라도는 호응이 활발하다. 경상도와 충청도, 특히 내륙지방 사람들은 여간해선 잘 웃지 않고 반응도 소극적이다. 혹자는 경상도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면 명강사라고 하는데, 필자는 충청도가 더 어려운 것 같다. 교육 내내 표정이 별로 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지방 같으면 폭소가 터져 나올 법한 부분에서도 잠깐 웃음이 머금고 마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강의가 끝나면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강의 대상에 따라 교육 방법이 조금씩 달려져야 하지만, 특히 남자수강생과 여자수강생은 차이가 크다. 먼저 여자들은 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남자와 사뭇 다르다. 그 중에서도 아기를 낳아 기르면서 아기를 어르고 달래고, 말을 가르쳐 온 기혼 여성들은 강사의 이야기를 들어 줄 자세가 완벽하다. 이미 웃을 준비가 돼 있고, 강의도 꽤 열성적으로 듣는다.

남자들의 수강 태도는 전혀 다르다. 여자교육생들을 만나는 첫인상이 ‘친밀감’이라면 남자교육생을 만나는 첫인상은 ‘호기심’이다. 얼마나 많은,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줄지를 가장 궁금해 한다. 무엇보다 도표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는 것에 즉각 반응한다. ‘많이’ ‘꽤’ 등 주관적인 표현에는 석연치 않아 하다가 ‘78%’ ‘세계에서 1위’ 등 정확한 숫자가 나오면 안심하는 눈치다. 게다가 프로이드, 킨제이 등 전문가를 인용하는 말이 들어가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몸이 점점 강사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집중하는 게 느껴질 정도다.

‘성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여자의 미덕’이란 인식이 퍼져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여자들은 성교육 시에도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다. 다만 열심히 듣는다. 그리고 나중에 강의가 끝나면 조용히 다가와 질문한다. 이와 달리 남성들은 수업 중에도 활발하게 질문을 던진다. 특히 많이 묻는 질문은 이렇다.

“그래서 일주일에 몇 번(섹스 또는 자위) 하는 게 좋습니까?”
“그러니 한 번 할 때 얼마나 유지해야 합니까?(이것도 물론 시간이다)”
“오래 하는 게 더 좋을 텐데, 얼마나 오래 하는 게 좋은가요?”
“정상 사이즈는 얼마나 됩니까?”

심지어 어떤 남성은 자기 나이에 9를 곱해서 일주일, 한 달 이렇게 나누는 기발한 셈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말 그대로 숫자는 숫자일 뿐 연연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나이에 따라 섹스를 얼마나 하는 게 좋은지 정해진 법칙은 없다. 사람마다 건강, 친밀감, 일상생활 등 삶의 패턴이 다른데 어떻게 일률적으로 맞춘단 말인가.

‘섹스는 자주 하는 게 좋다’고 말하면 남자들은 또 질문한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몇 번이요?” 이들은 의사가 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듯 섹스 횟수를 처방해주길 바라는 걸까?

전문가들 “최적의 시간은 7~13분”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섹스 횟수는 자신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물론 성학에서는 남자는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사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또 자주 발기되는 것이 좋다(건강한 남자라면 새벽 발기를 늘 경험하겠지만). 발기가 된다는 것은 성기에 혈액순환이 잘 된다는 것이고, 그러면 성기의 혈관에 산소공급이 잘 되는 것이어서 건강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청신호다. 그러니 발기와 사정은 성기의 건강한 관리 유지를 위해서도 자주 되는 것이 좋다.

섹스는 건강 유지와 함께 파트너와의 친밀감 및 애착관계 향상을 위해서도 자주 하는 게 좋다. 그러나 횟수보다 그 질이 더욱 중요하다. 섹스를 통해 서로가 함께 즐겁고, 이를 통해 더욱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섹스는 누가 누구에게 하는 일방적인 서비스가 아니라(가끔 필요하긴 하지만), 그야말로 사랑하는 이들이 하는 ‘즐거운 놀이’여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섹스 시간을 얼마나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에릭 코티 연구팀에 의하면 ‘적절한’ 혹은 ‘최상의’ 섹스 시간은 약 7~13분이라고 한다. 이는 쓰다듬고 키스하는 애무 시간까지 포함한 것이 아니라 삽입 후 사정까지의 시간을 말한 것이다. 성 전문가들인 섹스치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이니 연구의 질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가 없을 테지만, 요는 ‘남녀가 성적 만족을 얻기까지는 달걀 삶는 데 필요한 시간보다 더 오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충분한 오르가슴과 만족을 느끼게 하려면 정성들인 애무가 있어야 효과적이다. 여자는 특별하게 뇌를 자극받아야 질 윤활액이 충분히 나온다는 것이 다른 동물과 비교해 유별난 점이다. 단순히 삽입의 시간만 길다고 좋은, 만족스러운 섹스는 아니다.

남자의 성기는 세 곳이라고 한다. 음경, 손가락,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성대(혹은 입)다. 이는 직접적인 삽입이 아니어도 여자를 성적으로 황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삽입부터 사정까지의 시간에만 전전긍긍해 하지 말고 손가락으로, 입으로 그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좀더 느긋하게 그녀와의 놀이 시간을 가지란 뜻이다.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도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래서 몇 분이나 애무를 하라고요?”

배정원 소장(대한성학회 부회장)은 섹슈 얼리티 컨설턴트로서 특히 성인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을 위해 대학과 NGO, 기업 등에서 강의 및 성상담, 방송 출연, 칼럼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바로 알기’ ‘연애와 결혼’ ‘행복한 가정의 건강한 성’ 등의 강의를 통해 남녀가 서로 성차를 이해하고 잘 소통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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