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는 때때로 우리를 곤욕스럽게도(‘곤’을 길게 소리 냄) 하고, 곤혹스럽게도(‘곤’을 길게 소리 냄) 한다. 우리를 곤욕스럽게 하는 경우는 이유 없이 이상한 모양을 만들어서 이것이 이런 뜻입네 하고 강요하는 꼴을 그대로 당해야 하는 경우이고,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는 어렵사리 익혀서 조금 으스대며 쓰려고 한 것이 잘못되어 낭패를 당하게 된 경우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곤욕’은 아주 호되게 듣는 욕을 뜻하는 말이고, ‘곤혹’은 아주 호되게 느끼는 난처함을 가리킨다. ‘곤욕’은 남에게서 얻어듣는 욕의 하나이고, ‘곤혹’은 내가 곤욕을 당하였거나 실수를 하여 스스로 느끼는 당황스럽고 난처한 감정이다. “청중이 나를 비난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또는 당했다).”라고 한다. 모욕이 모멸감을 수반하는 욕이라면 곤욕은 무지나 실수 때문에 당하는 (또는 당하고 있기에 곤란한) 욕이다.

이에 비해서 ‘곤혹’은 누구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당황스러운 감정이다. 따라서 모욕이나 곤욕을 당하더라도 제정신을 차리고 떳떳하게 대응할 수만 있다면 ‘곤혹’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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