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자의 입장에선 광고 가사를 ‘술 때문이야’로 개사하고 싶다. 흔히 사람들은 음주로 인한 간 손상만 걱정하지만, 술은 성기능 측면에서 특히 뇌와 고환에 더 큰 악영향을 준다. 술이 성생활에 도움 될 때도 있다며 반론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가벼운 음주는 성적 억제와 긴장의 완화, 혈액순환의 증가로 성기능에 일시적인 긍정 효과도 있다. “예전엔 술을 엄청 마시고서 버텼죠. 이젠 술 먹으면 아예 불구가 됩니다.” 40대 남성 K씨는 일생 동안 술이 가진 야누스의 두 얼굴을 처절히 겪었다. 20·30대엔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관계를 가질 수 없을 만큼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짧은 조루 환자였다. 그나마 과음하면 삽입 이후 30초 인생에서 시간이 좀 늘기에 성관계 전엔 소주 몇 병은 필수로 마셨다. 술은 중추신경 억제제로, 조루의 주원인인 사정중추의 과민반응을 일시 억제한다.

 K씨처럼 남성들이 술로 사정을 지연시키려는 경우가 꽤 있다. 과거 세상을 호령한 황제들 중에도 유달리 술을 부어라 마셔라 했다면, 술 없이는 침대에서 꽤나 망신살 뻗쳤을 조루환자였을 수 있다. 또, 만성 알코올중독 환자들 중에 조루가 습관적인 과음을 부추긴 사례가 좀 있다. 만약 어떤 남성이 유독 과음 상태에서만 성행위를 시도한다면, 그는 성에 대해 수줍음이 심하거나 조루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 조루에 술을 많이 먹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지나친 음주 습관은 결국엔 성기능에 엄청난 화를 초래한다. 기본적으로 술은 중추신경을 억제해 여러 가지 뇌 손상을 일으킨다.

 만성적으로는 알코올성 치매의 위험도 있다. 또한 간을 손상시키고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여성호르몬을 상승시켜 성욕 저하 및 성기능의 억제 현상이 나타난다. 알코올의 분해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는 상당한 독성물질로 고환세포의 파괴를 일으켜 정자와 남성호르몬의 생산을 떨어뜨린다. 그 여파로 발기부전, 성욕 저하, 정액량 감소, 사정기능 퇴화라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제 학술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조루 치료법은 사정중추에 발생한 문제를 약물과 행동요법을 병행해 치료하는 것이다. 요상한 시술에 효과도 못 보고 올바른 치료는 받지 않은 채 술로 버티던 K씨는 40대가 되면서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

 알코올로 인한 성기능의 손상에 갱년기까지 겹치면서 술을 먹으면 발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젊을 때 성기능이 괜찮던 만성 알코올 중독자들이 결국 간뿐 아니라 성기능 저하나 부부 간 성문제, 불임이 많은 것도 비슷한 이치다. 아울러 일반인의 과다한 음주 습관은 복부비만과 혈류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고지혈증·당뇨 등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어서 발기력에 꼭 필요한 혈류 충만에도 치명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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