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력 아닌 뇌 한계 탓

새해 첫날 ‘담배를 끊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지만, 벌써 포기한 사람이 많다. 해마다 반복되는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가족들은 의지력이 약하다고 핀잔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심리학 베스트셀러 작가인 조나 레허는 지난달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작심삼일은 뇌의 인지능력 한계 때문이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심리학에서는 뇌가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정보단위 개수를 ‘7±2’라고 한다. 세계 각국의 기본 전화번호가 지역번호 세 자리와 개인번호 네 자리인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뇌로선 일상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것만도 버거운데, 새해 첫날 결심처럼 복잡한 정보를 계속 처리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마치 컴퓨터 램(RAM) 메모리가 작으면 화면에 여러 창을 띄우고 작업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는 실험으로도 입증됐다.

스탠퍼드대에서 한 집단에는 복도를 걸어가며 두 자리 숫자를, 다른 집단에는 일곱 자리 숫자를 계속 기억하게 하면서 건강식품인 샐러드와 몸에 나쁜 초콜릿 케이크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그러자 일곱 자리 숫자를 기억한 집단에서 초콜릿 케이크를 고른 비율이 샐러드를 고른 사람의 두 배나 됐다. 뇌가 일곱 자리를 처리하는 데 버거워 몸에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또 뉴욕주립대 연구진은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한 다음 맥주 시음을 하게 했다. 그러자 복잡한 과제를 한 집단은 쉬운 문제를 푼 사람보다 훨씬 맥주를 더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처리 부담이 자제력을 잃게 한 것이다.

물론 첫날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도 있다. 성균관대 심리학과 이정모 교수는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고, 복잡한 일은 나눠서 하는 ‘치고 빠지기’식 정보처리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뇌가 습득한 경우에는 약속을 지키기 쉽다”고 분석한다. 즉 흡연 충동을 의지력으로 억제하기보다는 아예 마음에서 지우는 인지능력을 터득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도 담배를 참았다’는 것보다 ‘아이와 노느라 담배 생각이 안 났네’라야 한다는 것이다. 핀잔보다는 가족의 격려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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